지구에서 1100만㎞ 떨어진 곳으로 10개월간 날아간 우주선이 시속 2만4000㎞로 소행성 ‘다이모르포스’를 들이받았다. 자판만 한 우주선으로 축구장보다 큰 소행성을 맞힌 것이다. 2년 전 세계를 놀라게 한 ‘쌍소행성 궤도 수정 시험(Double Asteroid Redirection Test·DART)’의 충돌 장면이다. 이는 할리우드 영화 ‘아마겟돈’처럼 소행성과 지구의 충돌을 막는다는 취지로 미 항공우주국(NASA)이 추진한 지구 방위 프로젝트다.

당시 충돌 현장을 확인하기 위한 탐사선 '헤라(HERA)'가 지난 7일(현지 시각) 쌍둥이 소행성 다이모르포스와 디디모스를 향해 발사됐다. 다이모르포스는 디디모스 주위를 공전하는 소행성이다. 이번 임무를 이끄는 유럽우주국(ESA)은 "(NASA가) 이미 가본 소행성에 왜 다시 가려 하느냐고 묻는다면, 인류 최초 소행성 충돌 시험에 관한 답을 찾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그래픽=김현국

◇소행성 충돌 후 2년

이번 여정은 2년 전 다트(DART) 우주선보다는 2배 이상 길어졌다. 태양을 공전하는 지구와 쌍둥이 소행성의 궤도가 달라 지금은 거리가 약 1억㎞로 멀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헤라는 2026년에 쌍둥이 소행성 궤도에 도달할 예정이다.

디디모스 주위를 돌고 있는 다이모르포스는 2년 전 다트 우주선 충돌로 공전 주기가 32~33분가량 준 것으로 파악됐다. NASA는 제임스웹 우주 망원경과 허블 우주 망원경의 촬영을 통해 다이모르포스 외형도 바뀐 것으로 추정했다. 납작한 공 모양이었는데 타원에 가까운 모양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NASA는 소행성 충돌 시험이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며 “이제 인류는 소행성에 대응할 능력을 갖게 됐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충돌의 장기적 영향을 평가하려면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며 NASA의 확신에 부정적 목소리를 내고 있다.

충돌 이후 다이모르포스에 어떤 흔적이 남았는지, 디디모스에는 어떤 영향을 줬는지, 소행성이 어떤 물질로 이루어졌고 물질들이 충돌에 각각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등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이를 확인하는 임무를 헤라가 맡은 것이다. 헤라 임무의 수석 연구원 패트릭 미셸은 “이번 임무가 지구 방어와 태양계 탐사를 위한 다른 임무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범죄 현장처럼 샅샅이 조사”

다트 우주선 충돌 시험 이후 직접적으로 쌍둥이 소행성을 탐사하는 것은 헤라가 처음이다. ESA가 주도하는 이번 임무에 NASA는 협력 연구원을 12명 파견했다. NASA의 행성 과학 부문 책임자인 로리 글레이즈는 “헤라 임무는 다트 시험의 영향력을 완전히 파악하기 위한 매우 중요한 여정”이라며 “더 많은 정보가 모일수록 다트와 같은 방식으로 지구를 보호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헤라는 목적지 도착 후 6주간 쌍둥이 소행성 주변에 머물며 상세한 정보를 모으고, 우주선에 실은 초소형 인공위성(큐브샛)을 발사해 다각도에서 탐사를 진행한다. 헤라 프로젝트 관리자 이언 카넬리는 경찰 과학수사대(CSI)가 범죄 현장을 대하듯 소행성 충돌 현장으로 가서 모든 정보를 샅샅이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과학계는 6500만년 전 공룡 멸종 때처럼 지구가 소행성의 위협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100t가량의 외계 물질이 매일 지구와 충돌하는데, 대부분은 직접 충격을 줄 만큼 크지 않아 지구 대기권에 진입하면서 별똥별 형태로 사라진다. 하지만 언젠가는 대응이 필요할 만큼 큰 소행성이 날아올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태양계에는 소행성이 130만여 개 있다.

이런 소행성 충돌에 대비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달 미국 샌디아 국립연구소 연구팀은 핵폭발로 방출되는 막대한 양의 X선을 통해 소행성 표면을 기체화함으로써 궤도를 바꿀 수 있다는 모의 실험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 5월 한국 우주항공청도 천문연구원의 소행성 ‘아포피스’ 탐사를 다시 추진할지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구 충돌 가능성이 제기된 아포피스는 2029년 지구에서 약 3만2000㎞까지 초근접한다. 이는 정지궤도의 위성 고도보다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