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홉필드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맨 왼쪽)가 캘리포니아 공과대(칼텍)에서 재직하던 시기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칼텍

지난 8일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 위원회는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인공지능(AI)의 핵심 기술인 인공신경망의 기초를 확립한 존 홉필드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와 제프린 힌튼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를 선정했다. 존 홉필드 교수와 연구를 함께 했던 김종민 포스텍 생명과학과 교수는 “이번 수상이 놀랍지만 한편으로는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9일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홉필드 교수는 물리학자지만 생명과학 분야에서도 중요한 연구를 많이 했다”며 “학문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 분야를 넘나들며 연구하는 모습에서 배울 점이 많았다”고 말했다.

홉필드 교수는 물리학뿐 아니라 생명과학, 화학, 컴퓨터과학을 넘나들며 학제 간 연구를 선도했던 학자다. 김종민 교수는 2004년 미국 캘리포니아 공대(칼텍)에서 박사학위 과정을 밟을 때 홉필드 교수와 연구를 같이 했다. 당시 에릭 윈프리 칼텍 교수의 지도를 받았는데, 그의 지도교수가 홉필드 교수였던 인연 덕분이었다.

연구 주제는 홉필드 교수가 제안한 인공신경망의 연장선에 있었다. 김 교수는 “당시 DNA나 RNA와 같은 유전물질을 이용해 인공신경망과 비슷한 회로를 구현하는 연구를 하고 있었다”며 “홉필드 교수와의 연구는 생체 분자로 신경망의 회로를 구현할 수 있는지 이론적으로 연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미 홉필드 교수가 칼텍에서 프린스턴대로 자리를 옮겨 적극적으로 연구에 참여하지는 못했지만, 논문 자체가 그의 연구에서 출발한 것이었고 생물학에도 정통해 논의 과정에서 큰 도움을 받았다”며 “20년 전 프린스턴대에 가서 만나 연구에 대해 발표했을 때 잘 들어주고 다양한 피드백(의견)을 줘 따뜻한 스승이라는 상당히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고 했다.

홉필드 교수는 학생에게 자유를 주면서도 중요한 순간에는 문제의 핵심을 짚어냈다. 김 교수는 “지도교수였던 윈프리 교수를 통해 들은 바로는 학생들이 하고 싶은 연구를 충분히 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연구자였다”며 “아이디어를 제시하면 중요한 피드백을 주며 방향성을 잡아줬다고 한다”고 밝혔다.

이번 노벨 물리학상 수상은 AI 분야에서 초기 기틀을 다진 홉필드 교수의 업적을 재조명하는 계기가 됐다. 김 교수는 “40년 전에 발표한 연구 논문이 다른 논문에 인용된 횟수가 3만회에 달한다”며 “홉필드 교수의 연구 성과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지표로, 지금도 영향력이 대단하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