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베이커 미 워싱턴대 생화학과 교수. 의대 단백질 설계연구소 (IPD) 소장도 맡고 있다./미 워싱턴대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 위원회는 올해 노벨 화학상 수상자로 데이비드 베이커 미국 워싱턴대 교수와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 존 점퍼 구글 딥마인드 수석연구원을 선정했다고 9일 발표했다. 이날 노벨 위원회 발표장과 통화 연결이 된 베이커 교수는 자다가 노벨상 수상 소식을 들었다면서 “거인들의 어깨 위에 올라섰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오늘이 아주 특별한 하루가 될 것 같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수상자 발표 직후 베이커 교수는 노벨 위원회와의 통화에서 “너무 감사하고 영광이다”라는 말을 반복했다. 그러면서 “거인들의 어깨 위에 올라섰다. 이미 동료 연구자들이 단백질을 설계할 수 있다는 단서를 찾았고, 연구를 도와준 사람들이 나에게 영감이 되어준 결과”라고 말했다.

‘거인들의 어깨 위에 올라섰다’는 말은 1676년 뉴턴이 인용한 문장 ‘내가 더 멀리 보았다면 이는 거인들의 어깨 위에 올라서 있었기 때문이다’에서 따온 표현이다. 앞선 과학자들이 쌓은 경험과 지혜를 기반으로 위대한 업적을 세웠다는 뜻으로, 자신의 업적을 겸손하게 언급하는 말이다.

베이커 교수는 일찍이 노벨상 후보로 점쳐졌을 정도로 지난 20년 동안 단백질 설계 분야에서 수많은 업적을 내왔다. 이날 베이커 교수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복잡한 단백질을 디자인할 수 있게 됐다”며 “이 기술이 다양한 문제와 관련된 단백질을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단백질을 디자인하는 데 도움이 될 거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노벨 화학상 발표를 앞둔 전날, 인공지능(AI)의 대가로 꼽히는 존 홉필드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와 제프리 힌튼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가 인공신경망의 기초를 닦은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이를 두고 수상자 발표 현장에서는 ‘현대 과학에서 AI의 위치를 보여주는 게 아닌가’라는 의견이 나왔다.

이에 베이커 교수는 “동료들과 수년간 단백질 설계를 연구하면서, 그리고 허사비스 CEO와 점퍼 연구원의 성과를 보면서 AI의 힘을 깨달았다”며 “앞으로 AI가 접목된 단백질 디자인 분야가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 흥분된다”고 밝혔다.

이날 베이커 교수는 노벨상 수상 소식을 들었을 때 자고 있었다며 뒷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자다가 전화를 받았는데, 옆에서 아내가 매우 크게 소리 지르는 바람에 전화 통화를 제대로 들을 수 없었다”며 “그 전부터 사람들이 노벨상 후보로 꼽는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수상 소식에 놀랐다. 아내를 비롯한 가족들에게 고맙고, 지금까지 같이 연구해 온 동료들에게도 감사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