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세포인 T세포의 전자현미경 사진. 다른 사람의 T세포로 만든 면역치료제로 자가면역질환 환자를 치료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자가(自家)면역질환을 앓고 있는 성인이 타인의 세포를 이용한 면역 세포 치료제로 완치된 사례가 세계 최초로 보고됐다. 자가면역질환은 면역 세포들이 비정상적으로 변해 자기 몸에 있는 세포나 조직을 적(敵)으로 인식하고 공격하는 질병이다. 기존에는 환자 본인의 면역 세포로 만든 세포 치료제만 상용화돼 치료 비용이 수억원에 달했는데, 이번처럼 다른 사람의 세포로도 만들 수 있게 되면 대량생산이 가능해 치료 비용을 대폭 낮출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는 중국 상하이 창정 의대, 화둥 사범대 등 공동 연구진이 건강한 기증자의 면역 세포를 활용해 만든 세포 치료제로 환자 3명을 완치한 결과를 국제 학술지 ‘셀(Cell)’에 발표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연구진이 이번 임상에 사용한 면역 세포 치료제는 CAR(키메라 항원 수용체)-T 세포 치료제다. CAR-T 치료제는 면역 세포인 T세포를 추출한 후 유전자 가위 기술을 활용해 특정 세포를 겨냥하도록 한 것이다. 이를 통해 연구진은 자가면역질환과 관련된 세포를 골라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투약 3~6개월 만에 환자들의 골격근 손상과 피부 손상이 치료되는 효과를 육안으로 확인했다는 것이다. 이는 타인의 세포로 만든 면역 세포 치료제도 효능이 있다는 첫 임상 결과로 평가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임상의 대상 환자 수가 적어 더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의 면역학자 대니얼 베이커 박사는 네이처에 “이번 임상에서 환자가 분명히 나아졌지만 평가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동일한 방식이 더 많은 환자에게 효과가 있는지, 그 효과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