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연구를 이끄는 '판타스틱 4'. 2014년 12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신경정보처리시스템(NIPS)' 학회에서 찍은 사진이다. 왼쪽부터 얀 르쿤 메타 인공지능연구소장(미 뉴욕대 교수), 제프리 힌튼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 요수아 벤지오 캐나다 몬트리올대 교수, 앤드루 응 실리콘밸리 중국 바이두 인공지능연구소 수석연구원(미 스탠퍼드대 교수)./앤드루 응 제공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14년 12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신경정보처리시스템(NIPS)’ 학회에 인공지능(AI) 대가 4명이 모였다. 제프리 힌튼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와 요수아 벤지오 캐나다 몬트리올대 교수, 얀 르쿤 메타 최고 AI 과학자 겸 뉴욕대 교수, 앤드루 응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였다. 이들은 AI 전문가들 사이에서 영화 제목을 따 ‘판타스틱4′로 불렸다.

8일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 위원회는 제프리 힌튼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와 존 홉필드 프린스턴대 교수를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해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놀랍지 않다는 반응이다. 힌튼 교수는 노벨상을 받기 십수 년 전부터 AI계의 대부 중 한 명으로 꼽혔기 때문이다.

힌튼 교수를 포함한 4명은 이미 AI 분야에서 인정받는 상을 받고, 기업에서 AI 혁명을 주도했다. 2018년 벤지오 교수와 힌튼 교수, 르쿤 교수는 ‘컴퓨터과학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튜링상’을 공동 수상했다. 이 상은 현대 컴퓨터 과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앨런 튜링을 기념하기 위해 1966년 제정됐다

판타스틱4는 10년 전부터 다양한 AI 기업들과 함께 일하며 AI 혁명을 이끌었다. 힌튼 교수는 2013년부터 구글의 석학연구원을 겸임하면서 스마트폰 인공지능 비서 ‘구글 나우’, 유튜브의 추천 알고리즘 등을 발표했다. 르쿤 교수는 메타(전 페이스북)에서 인공지능연구소 소장으로 일하며 사람 얼굴을 97% 정확도로 인식하는 AI ‘딥페이스’를 발표하기도 했다.

벤지오 교수는 IBM과 협력해 AI의 핵심 구성 요소를 개선하고 더 쉽게 사용하기 위한 ‘하이퍼파라미터 최적화’를 연구했다. 중국 최대의 검색포털 바이두는 2011년 앤드루 응 교수를 영입해 빅데이터와 AI 관련 연구를 진행했다. 응 교수는 바이두 연구소에서 얼굴을 인식하거나 의료용 AI 챗봇을 만드는 프로젝트에 참여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판타스틱4의 분위기가 급변하기 시작했다. 힌튼 교수가 “AI 개발을 후회한다”며 AI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하고 나서부터다. 이후 벤지오 교수는 힌튼 교수와 의견을 같이했으나, 르쿤 교수와 응 교수는 “AI의 힘과 신뢰성을 믿는다. AI에 대한 우려가 과장됐다”며 반박했다.

1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판타스틱4의 의견차는 이어지고 있다. 올해 8월 힌튼 교수는 벤지오 교수와 함께 일정 규모 이상의 AI를 배포하기 전에 위험 평가를 수행하도록 하는 법안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학계는 “이 갈등이 AI의 위험성에 대한 논의를 확대한 면도 있다”며 조심스럽게 이들을 바라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