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오래 사용하다 보면 어느 순간 기기가 뜨거워져 깜짝 놀랐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기기 내부에서 전자가 이동하며 데이터를 처리하고 저장하는 과정에서 일부 에너지가 열로 변환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이 발달하면서 전자기기는 점점 더 작고 복잡해지고, 이에 따라 발열 문제도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진현규 포스텍 기계공학과 교수와 박상준 일본 물질재료연구기구 박사후연구원 연구진이 정종율 충남대 신소재공학과 교수, 김세권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물리학과 교수 연구진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전자기기 발열 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매터(Matter)’ 온라인판에 지난 26일 게재됐다.
최근 전자기기의 발열 문제를 해결할 방법으로 ‘스핀파’를 활용한 정보 전달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스핀파는 자성을 가진 절연체에서 나오는 파동으로, 전자의 흐름 없이 정보를 전송하는 데 쓰인다. 이전 연구를 통해 물질 내 스핀파의 온도 차가 커지면 정보 전달 효율이 높아진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하지만 스핀파의 온도를 독립적으로 조절할 기술은 아직 없다.
공동 연구진은 자동차 엔진의 열을 식히는 라디에이터 핀(fin)에서 착안해 새로운 접근방식을 개발했다. 라디에이터 핀은 얇은 금속성 부품으로 열을 방출할 수 있는 표면적을 늘리는 데 쓰인다. 연구진은 자성을 가진 절연체 박막 한쪽 끝에 라디에이터 핀과 같은 ㎚(나노미터, 10억분의 1m) 규모의 금 구조물을 추가하고, 금 구조물 함량에 따라 온도를 효과적으로 조절하도록 설계했다.
이 금 구조물은 해당 위치에 있는 스핀파의 온도를 효과적으로 낮춰, 물질 내에서 스핀파의 온도 불균형을 유도했다. 실험 결과, 연구진의 박막은 기존 대비 스핀파 전달 효율이 250% 이상 향상됐다. 국내 공동 연구진이 스핀파의 온도를 독립적으로 제어하고, 전달 효율을 높이는 방법을 최초로 제시한 것이다.
진현규 교수는 “전자기기의 발열 문제를 해결하는 차세대 정보 전달 기술 개발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이번 연구의 의의를 전했다. 논문 제1저자인 박상준 박사후연구원은 “기존의 한계를 극복한 이 기술은 향후 스핀파를 활용하는 다양한 응용 분야에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참고 자료
Matter(2024), DOI: https://doi.org/10.1016/j.matt.2024.08.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