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아카타마 사막에 있는 초대형 전파망원경 'ALMA'로 촬영한 'REBELS-25' 은하의 모습. 빅뱅 이후 7년이 지난 시점의 모습이지만, 현재 은하와 비슷하게 온전한 원반 은하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루이스 롤랜드, ALMA

은하의 진화 이론을 바꿀 수도 있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은하가 형성 초기에 무질서한 구조로 이뤄졌다는 이론과 달리 현재와 비슷한 구조를 가진 초기 은하를 찾았다.

폴 반데르 베르프(Paul van der Werf) 네덜란드 라이덴대 교수 연구진은 7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왕립 천문학 월보’에 “지구로부터 236억 4000만광년(光年·1광년은 빛이 1년 가는 거리로 약 9조4600억㎞) 떨어진 곳에서 빠르게 회전하는 원반 은하인 ‘REBELS-25′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 은하가 있는 곳은 지금까지 발견된 은하 지역 중 가장 먼 곳이다. 은하와의 거리를 고려했을 때, 이번 관측 결과는 빅뱅이 일어난 후 약 7억년이 지난 상태를 보여준다.

이번 연구는 라이덴대를 비롯해 미국과 영국·일본·호주·벨기에·이탈리아·스위스·스페인·칠레 등 10국 연구진이 참여했다. 연구진은 칠레 아타카마 사막에 건설한 전파망원경인 ‘아타카마 밀리미터/서브밀리미터 전파간섭계(ALMA)’를 이용해 관측을 진행했다. ALMA는 66개의 안테나로 이뤄진 지상 최대의 전파망원경이다.

연구진은 ALMA로 우주 형성 초기에 만들어진 은하를 연구하는 REBELS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중 2021년 새로운 은하를 발견했다. 이 프로젝트는 은하 형성이 시작된 빅뱅 이후 약 6억년부터 10억년 사이의 흔적을 찾아 우주 진화의 비밀을 풀려고 진행됐다. 당시 발견한 은하는 ‘REBELS-25′로 이름을 짓고 연구했지만, 워낙 먼 거리에 있어 해상도가 낮아 제대로 된 분석이 어려웠다.

연구진은 REBELS-25 은하를 재관측해 고해상 영상을 얻고, 재분석을 통해 특성을 분석하는 데 성공했다. 은하가 방출하는 빛과 함께 주변 먼지의 움직임을 분석했다. 그 결과, REBELS-25는 초당 약 372㎞의 빠른 속도로 회전하는 원반 형태로 나타났다. 은하 주변의 먼지는 대칭을 이루면서 은하의 원반이 안정적인 구조를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이번 발견이 기존 은하의 진화 이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새로운 현상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논문 제1 저자인 루시 롤랜드(Lucie Rowland) 박사과정 연구원은 “천문학계가 그간 생각해온 은하의 형성 과정은 초기에 작고 무작위한 기체의 움직임에서 시작한다”며 “이후 점점 회전 속도가 느려지며 수십억년이 지난 이후에야 현재의 온전한 형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왔다”고 설명했다.

기존 이론에 따르면 은하는 처음에는 불규칙하고 비대칭적인 형태를 가져야 한다. 초기 은하는 주변에 무작위로 퍼져 있는 기체가 모여 만들어진다. 기체는 빠르게 은하 중심으로 모여 들면서 강한 중력과 상호작용한다. 또 초신성 폭발과 같은 천체 현상이 활발하게 일어나면서 기체가 무작위한 방향으로 움직인다. 이때 발생하는 난류가 은하 전체를 불안정한 구조로 만든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이번 관측 결과는 기존 이론과 달리 안정적 구조를 가진 초기 은하를 보여줬다. 연구진은 REBELS-25 은하의 발견으로 은하 형성과 진화를 설명하는 이론이 바뀔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REBELS-25는 지금까지 발견된 은하 중 가장 초기의 은하로, 천문학계가 예상한 것보다 안정적인 은하가 초기 우주에도 존재할 수 있는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롤랜드 연구원은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를 이용해 보다 많은 초기 은하를 연구할 필요가 있다”며 “우주 형성 초기에 만들어진 은하가 가진 공통적인 특성에 대한 데이터를 더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Monthly Notices of the Royal Astronomical Society(2024), DOI: https://doi.org/10.1093/mnras/stae2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