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피의 굵고 검은 머리털이 빠지는 탈모증은 중년은 물론이고 청년들도 치료를 고민하는 질환으로 꼽힌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탈모 환자 수는 약 24만명이지만, 의학계에서는 실제 탈모로 고통받는 이들은 훨씬 많은 것으로 보고 있다. 사회적 분위기 탓에 탈모로 병원 찾는 것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심평원 통계에서 전체 환자의 약 23%가 40대로 가장 많고, 30대가 약 22% 비율로 뒤를 잇고 있다. 연간 환자 증가율은 평균 2.5%로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권오상 서울대 의대 교수는 본지 인터뷰에서 "청소년 탈모 환자에게 처방되는 스테로이드는 장기간 사용하면 성장판이 닫히는 문제가 있다"고 했다. 대한모발학회 회장인 권 교수는 중증 원형 탈모 환자들의 실제 의료 데이터를 종합 분석한 논문을 국내 최초로 발표했다.

전체 탈모 환자의 약 10% 비율로 추정되는 원형 탈모는 일반 탈모와 달리 면역 체계에 문제가 생겨 발생한다. 대한모발학회 회장인 권오상 서울대 의대 교수는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면역 질환인 원형 탈모는 어느 연령대에서나 발생할 수 있다”며 “인체는 면역 반응을 기억하기 때문에 면역 질환은 ‘완치’가 없고 재발하기 쉽다”고 말했다. 원형 탈모의 조기 치료가 중요한 이유다. 다양한 탈모증과 두피 질환을 전문적으로 진료하는 권 교수는 지난 7월 국내 원형 탈모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최초의 리얼월드데이터(RWD·실제 의료 데이터) 분석 논문을 발표했다. 그는 “151명의 성인 중증 원형 탈모 환자의 의료 데이터를 검토한 것으로, 진단 및 처방과 치료 경과 등을 총체적으로 분석한 연구 결과”라고 했다.

논문에 따르면 국내 성인 원형 탈모 환자 중 66%가 초기 진료 시 중증으로 진단됐고, 34%는 병이 진행되면서 중증으로 재분류된 것으로 나타났다. 93.4%가 약물 치료를 받고 있었으며 대부분(71%)이 모발 재성장을 경험했지만, 모발이 완전히 회복(90% 이상)된 환자는 21.1%로 드물었다.

권 교수는 “두피 50% 이상의 면적에 탈모가 발생할 경우 ‘중증’으로 분류하는데, 원형 탈모가 시작되면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조기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좋다”며 “국내에서 중증 원형 탈모 치료제로 주로 사용되고 있는 JAK 억제제가 아직 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문제”라고 지적했다.

중증 원형 탈모는 단순히 미용 문제가 아니라 환자의 사회생활과 정신 건강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는 질환이다. 잦은 재발과 외모 변화로 인해 일상생활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권 교수는 “특히 10대 환자의 경우는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동료 집단의 압력)’가 심해 대인 관계 및 사회생활 유지에 많은 어려움을 호소한다”며 “보험 적용이 돼 탈모 처방 중인 스테로이드는 소아·청소년에게 장기간 사용하면 성장판이 닫히는 문제가 있다”고 했다.

전반적인 탈모 관리에 대해 권 교수는 “치아와 마찬가지로 머리카락, 두피도 기능이 좋을 때 잘 관리해서 건강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며 “탈모의 원인은 유전적 요인과 노화, 남성호르몬인데, 이 중에서 관리할 수 있는 것은 남성호르몬뿐”이라고 했다. 이어 “탈모가 진행된 후 병원을 찾으면 상태가 호전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약을 쓰면서도 운동과 식단 관리가 병행되어야 한다”며 “특히 남성 환자들은 금연과 체중 감량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