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30일 오후 대구 동구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에 식재된 단풍나무 한 그루의 잎이 붉게 물들어 가고 있다./연합뉴스

‘노랗게 노랗게 물들었네 빨갛게 빨갛게 물들었네 파랗게 파랗게 높은 하늘.’ 가을하면 떠오르는 동요의 한 구절이다. 하지만 유난히 더웠던 올해처럼 지구온난화가 심해질수록 단풍색이 이전보다 흐릿해질 전망이다.

24일 산림청에 따르면 참나무류는 10월 28일 단풍이 절정을 이뤄 작년에 비해 단풍이 다소 늦어진다. 특히 참나무속인 신갈나무의 단풍 절정 시기는 최근 2년간 평균에 비해 5일 정도 늦어진다. , 단풍나무류는 10월 29일, 은행나무는 10월 31일에 단풍이 절정을 이룰 전망이다.

단풍이 늦어지는 가장 큰 원인은 폭염이다. 산림청은 “올해 6~8월의 평균기온이 지난 10년 동안의 평균보다도 섭씨 1.3도 정도 상승한 것이 주된 원인”이라며 “최근 10년간 단풍 시기는 단풍나무류는 0.39일, 참나무류 0.44일, 은행나무 0.45일로 매년 늦어지는 경향을 보인다”고 밝혔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은 단순히 단풍 시작과 절정 시기가 늦어지는 데 그치지 않는다. 색도 흐릿해진다. 빌 키튼 미국 버몬트대 교수는 지난해 PBS 뉴스에서 “기후 변화로 지난 세기 동안 가을 단풍의 시작이 최대 한 달 정도 늦춰졌다”며 “기후 극한 상황이 나무에 스트레스를 주고, 색상을 띠는 화학 물질의 생산을 방해하면서 가을 단풍의 강도를 약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을 단풍은 낮과 밤의 온도 대비가 커지고, 낮이 짧아지면서 나타난다. 단풍에 적합한 외부 조건은 광합성 효율을 떨어뜨린다. 그러면 나무는 활동을 멈추고 잎에 저장되어 있던 영양분을 재흡수한다. 이 과정에서 광합성을 담당하던 녹색 엽록소는 분해되고 안토시아닌이라는 붉은 색소가 생기기 시작한다. 노란색이나 오렌지색을 내는 색소는 이전부터 잎에 있다가 엽록소가 사라지면서 제 모습을 드러낸다. 하지만 기온이 높아지면 엽록소 분해와 붉은 색소 생산이 원활하지 않아 단풍이 연해진다.

수잔 레너 미국 워싱턴대 교수 연구진은 2022년 설탕단풍나무로 이 현상을 직접 확인했다. 레너 교수는 “9월과 10월의 따뜻한 기온은 잎에서 붉은색을 띠는 안토시아닌 생산을 감소시켜 단풍의 색이 덜 밝을 수 있다”며 “단 여름의 강우량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만약 가뭄이 심한 경우 다채로운 단풍 대신 잎이 바로 갈색으로 변해 떨어질 수도 있다.

단풍 시기를 늦출 만큼 온난화가 심해지면 식물뿐 아니라 동물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많은 동물이 단풍이 시작될 시기에 맞춰 겨울철 준비를 하는데, 단풍이 늦어지면 열매가 맺히는 시간도 달라져 먹이 공급 시기나 서식지 이동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온난화로 가을철 작물의 수확 시기나 겨울 작물의 파종 시기가 변화하면서 농업 생산성도 변할 수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앞으로 가을철 단풍이 드는 시기는 더 늦어질 전망이다. 정수종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와 국립수목원 연구진은 지난 2021년 단풍 시기는 가을철 평균 기온이 1도 올라가면 1.5일 늦어진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10여 년간 국내 산림에 자생하는 식물 25종의 식물 계정 변화 관측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최영태 산림청 산림보호국장은 올해 단풍 절정 시기를 발표하며 “기후변화로 단풍 시기가 늦어지는 경향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확한 예측을 위해 전국의 산림생태관리센터와 협력하여 관측 지점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참고 자료

Asia-Pacific Journal of Atmospheric Sciences(2021), DOI: https://doi.org/10.1007/s13143-021-0024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