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unctional MRI, fMRI)으로 측정한 뇌 활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뇌가 통증 정도에 대한 기대치와 실제 자극의 세기를 어떻게 통합하는지 규명했다./미 캘리포니아공과대(Caltech)

국내 연구진이 사람이 통증을 느낄 때 뇌의 어느 영역이 활성화되는지를 넘어서 통증 정도에 대한 기대치와 실제 자극의 세기가 어떻게 통합돼 통증을 일으키는지까지 밝혔다.

우충완 기초과학연구원(IBS) 뇌과학 이미징 연구단 부단장 겸 성균관대 글로벌바이오메디컬공학과 부교수와 유승범 성균관대 글로벌바이오메디컬공학과 조교수 공동 연구진은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unctional MRI, fMRI)으로 측정한 뇌 활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뇌가 통증 요인을 어떻게 통합하는지 규명했다고 23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온라인판에 지난 12일 게재됐다.

통증은 외부 자극에 대한 단순한 신체적 반응이 아니라, 생물학적·심리학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경험이다. 예를 들어 통증의 강도는 외부에서 주어지는 자극의 세기뿐 아니라 자극이 얼마나 아플지에 대한 기대치에도 영향을 받는다. 이전 연구를 통해 통증 요인들이 각각 뇌의 어느 영역을 활성화하는지 밝혀졌지만, 이 요인들이 어떻게 하나의 통증 경험으로 통합되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었다.

연구진은 통증 요인들이 어떻게 통합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피험자들에게 앞으로 주어질 열 자극(통증 자극)이 얼마나 아플지 예측하게 했다. 이후 피험자의 팔뚝에 열 자극 기기를 부착해 다른 강도의 자극을 전달하며 fMRI로 뇌 신호를 측정했다. fMRI는 혈류의 변화를 관찰해 뇌 활동을 측정하는 기술이다. 결과적으로 같은 자극의 세기에도 통증이 클 거라고 예상한 피험자가 그렇지 않은 피험자보다 더 아프다고 보고했다. 즉 통증에 대한 기대치와 자극의 세기가 통합돼 통증을 느낀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음으로 연구진은 통증 정보가 뇌에서 어떻게 통합되는지 밝히기 위한 가설을 세웠다. 뇌는 감각 기관에서 들어온 정보를 처리하는 감각 영역부터 각종 정보를 통합하고 처리하는 연합 영역으로 구성되어 있다. 연구진의 가설은 감각 영역과 같은 낮은 층위의 영역에서는 통증과 관련된 두 정보 중 하나만 보존돼 통합이 이루어지지 않지만, 연합 영역과 같은 높은 층위의 영역에서는 모두 온전히 보존, 통합된다는 것이었다.

뇌의 피질계층별로 나누어 fMRI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가설과 달리 모든 피질계층의 뇌 영역에서 예측과 자극 정보를 모두 보존하고 있었다. 다만 통증 정보의 통합은 연합 영역처럼 높은 층위의 영역에서만 이루어졌다. 특히 피질계층 영역별로 각 통증 정보를 보존하는 하위 공간이 존재했고, 높은 층위의 영역에서는 각 하위 공간에서 나오는 정보 패턴들의 합과 실제로 피험자들이 보고한 통증의 양상이 일치했다. 통증 정보가 단순히 뇌의 특정 영역에서 처리되는 것이 아니라 높은 층위의 영역에서 통합돼 통증 경험을 형성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우충완 부단장은 “이번 발견은 통증의 신경과학적 이해를 확장하는 중요한 기틀을 마련했을 뿐만 아니라, 만성 통증 치료의 새로운 전략을 개발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유승범 교수는 “뇌 활성화 패턴의 기하학적 정보를 이용해 각기 다른 정보의 통합 메커니즘을 밝힌 혁신적 연구”라고 전했다.

참고 자료

Science Advances(2024), DOI: https://doi.org/10.1126/sciadv.ado8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