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비아의 한 호수가 마른 모습. 올해 발칸 반도는 130여 년 만에 가장 더운 여름을 기록했다./AP 연합뉴스

온실가스 배출량을 크게 줄이지 않으면 앞으로 20년 안에 전 세계 인구의 4분의 3에 달하는 사람들이 급격한 기후 변화를 겪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노르웨이 국제기후연구센터(CICERO)와 영국 레딩대 연구진은 대규모 기후 모델 시뮬레이션을 사용해 극한 날씨가 앞으로 사람과 생태계에 미칠 영향을 조사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지구과학(Nature Geoscience)’에 10일 게재됐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탄소 고배출 시나리오 하에서는 열대나 아열대 지역의 약 70%가 향후 20년 동안 급격한 기온과 강수량 변화에 노출될 것으로 예상됐다. 급격한 기후변화는 사람과 가축에게 열 스트레스를 줄 수 있고 사망률 증가, 농업 생산량 감소, 생태계 파괴, 홍수, 인프라 손상과 같은 다양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연구진은 북부 고위도, 남부와 동부 아시아, 적도 부근 아프리카가 빠른 강수량 변화를 경험할 것으로 예측했다.

온실가스 배출을 대폭 감축해 파리협정 목표를 달성할 경우, 영향을 받는 인구는 약 15억 명으로 줄어들었다. 전 세계 인구의 20% 정도다. 2016년 체결된 파리협정은 지구 평균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섭씨 2도보다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1.5도로 제한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이다.

연구진은 대기오염을 정화하는 과정도 기후변화를 가속할 수 있다고 봤다. 연구를 이끈 로라 윌콕스 레딩대 교수는 “특히 아시아의 대기 오염을 빠르게 정화하면 극한 더위가 발생하거나 아시아의 여름철 몬순(계절풍)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기를 정화하는 것이 중요하긴 하지만, 대기오염으로 가려져 있던 지구 온난화의 영향이 드러나면서 기후 변화 속도를 바꾼다는 의미다.

실제 해운업계에서 배출하는 대기오염물질을 줄이자 지구온난화 속도가 빨라진 바 있다. 해운업계에서는 2020년까지 대기오염을 일으킬 수 있는 황 기반의 연료를 사용해 왔다. 2020년부터 연료의 황 비율을 80% 이상 줄이자 대기오염은 개선됐지만, 황 입자가 반사하던 햇빛이 고스란히 지표면으로 도달하면서 지구온난화 속도가 빨라진 것이다.

연구진은 “대기 오염 정화는 필수적이지만, 지구 온난화와 결합해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며 “지금부터 배출량을 줄이더라도 15억명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탄소 배출을 줄여나가면서 전례 없는 극한 현상에 대해 대비하는 것도 중요하다. 세계 대부분이 산업화 이전에는 발생하지 않았을 기온 변화 추세를 경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참고 자료

Nature Geoscience(2024), DOI: https://doi.org/10.1038/s41561-024-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