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미국 워싱턴 DC에서 한 사람이 태양을 피하려고 시도하고 있다./EPA 연합뉴스

최근 미 해양대기청(NOAA)은 지구 기온이 지난 14개월 연속 매월 사상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 7월은 관측 사상 역대 가장 더운 7월이었다. 이번 달 전 세계 바다 표면 온도 역시 역대 두 번째로 높았다. NOAA는 올해가 역대 가장 더운 해가 될 가능성을 77%, 상위 5위 안에 들 가능성은 100%라고 밝혔다.

기록적인 더위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는 27일(현지 시각) 더위로부터 도시를 보호할 수 있는 다양한 연구를 소개했다. 극한 온도에 맞서 도시를 냉각하거나 전력 소비를 줄이는 방법을 제시한 연구들이다.

◇에어컨 대체하고 건물 냉난방 기술도

룩셈부르크 과학기술연구소 연구진은 에어컨이 소모하는 에너지양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에어컨이나 선풍기는 건물에서 사용하는 전기의 약 20%를 소비한다. 에어컨에 필요한 에너지는 2050년까지 지금보다 3배까지 급증할 전망이다.

연구진은 세라믹 원자에 전기장을 가해 냉각 효과를 내는 장치를 개발했다. 전기장을 가하면 세라믹 원자가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고 진동이 줄어 열이 발생한다. 이때 액체나 기체와 같은 유체로 열을 빼앗으면 반대로 전기장이 사라지면서 세라믹 원자가 자유롭게 움직인다. 이로 인해 진동이 증가하면 세라믹 온도가 떨어진다. 이 과정을 응용해 주변의 기온을 낮출 수 있다.

현재 연구진은 휴대전화나 컴퓨터용 세라믹을 생산하는 일본의 제조업 무라타와 협력해 기술의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5년 안에 전기 자동차의 배터리를 냉각하는 용도로 개발하고, 10년 안에 에어컨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전력을 사용하지 않고도 주변 온도보다 낮은 온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슈퍼쿨(supercool) 소재를 건물에 적용하는 방법도 있다. 슈퍼쿨 소재는 태양광을 반사하는 동시에 건물의 열 방출을 극대화한다. 건물 벽면이나 도로에 사용하면 도시의 열기를 낮출 수 있다.

아스와트 라만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교수 연구진은 이산화규소와 이산화하프늄을 사용한 슈퍼쿨 소재를 지붕에 바르자 주변보다 온도가 섭씨 5도 낮아졌다고 밝혔다. 지난 6월에는 계절에 따라 벽을 식히거나 따뜻하게 하는 특수 소재도 개발했다. 여름에는 열을 덜 흡수하고, 겨울에는 손실되는 열의 양을 최소화하는 물질이다.

지난 7월 중국 쓰촨대 연구진은 연어의 정자 DNA와 젤라틴 용액을 동결 건조해 초저온 에어로젤을 만들었다. 에어로젤을 둔 곳 기온은 주변보다 최대 16도 낮았다. 생물 유기체에서 나온 소재를 이용하기 때문에 지속 가능성도 높다.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 연구진이 한 주차장(왼쪽 사진의 밝은 부분)에 특수 페인트를 칠했다. 적외선 이미지는 해당 지역이 주변보다 온도가 내려갔음을 보여준다./미 애리조나대

◇주차장, 도로 냉각하는 코팅제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 연구진은 지난해 대형 쇼핑 센터를 관리하는 미국 기업과 협력하여 주차장에 반사성 코팅제를 시공하고 테스트했다. 고반사 코팅제를 발라 주변보다 밝아진 주차장 영역은 이른 오후에 온도가 다른 곳보다 8도 낮았다. 그 위의 기온은 0.8도 낮았다.

이미 미국 로스앤젤레스시는 냉각 기술을 활용한 포장 도로를 2045년까지 30% 늘릴 계획이다. 다만 이런 포장 도로는 복사열을 위쪽으로 반사한다는 단점이 있다. 도로가 열을 흡수하지 않지만 열이 우주로 빠져나가기까지 도로 위의 사람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

온도에 따라 물리적 성질이 달라지는 상변화 잉크 같은 소재들도 개발되고 있다. 호주 멜버른대 연구진은 지난해 나노입자로 구성된 상변화 잉크를 개발해 공개했다. 40도보다 낮은 온도에서는 절연체였다가 높은 온도에서는 금속으로 돌아가는 물질이다. 금속일 때는 대부분의 열을 반사하며, 절연체일 때는 일부의 열을 통과시키는 성질을 이용해 자동으로 흡수되는 열의 양을 조절할 수 있다.

모하마드 타하 멜버른대 연구원은 “건물의 열 손실이 빠르게 일어나는 창문에 상변화 잉크를 적용하면 여름에는 건물을 시원하게, 겨울에는 따뜻하게 유지할 수 있다”며 “주변 환경에 자체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에 보조 제어 시스템이 필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데이비드 세일러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교수는 “냉각 기술들은 아직 소규모 프로젝트에만 적용됐다”며 “프로젝트 규모를 늘리기 전에 새로운 소재의 단점을 살펴보고 다양한 기후에서 잘 작동하는지도 신중하게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고 자료

Nature(2024), DOI: https://doi.org/10.1038/d41586-024-027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