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일본 규슈 남부에서 규모 7.1 지진이 발생했다. 일본 정부는 지진 직후 난카이 대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의미로 지진 임시 정보 ‘주의’를 발령했다. 국내 전문가들은 난카이 대지진이 일어나면 최대 규모 9를 기록할 수 있어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난카이 대지진은 난카이 해구에서 발생하는 대지진을 말한다. 필리핀해 아래에 있는 필리핀판이 일본 열도가 있는 유라시아판 밑을 파고들면서 일어난다. 해구는 대륙사면과 심해저의 경계를 따라 형성된 수심이 6000~1만1000m인 V 자형의 깊은 골짜기다. 난카이 해구는 일본 수도권 서쪽인 시즈오카현 앞바다에서 시코쿠 남부, 규슈 동부 해역까지 이어져 있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난카이 해구를 크게 난카이, 도난카이, 도카이 3개 지역으로 나누고, 구역별로 100~150년 주기의 규모 7~8 지진이 일어난다고 본다”며 “현재 도카이에서 30년 이내에 지진이 일어날 확률이 70~80%”라고 말했다. 홍 교수는 “이 지역에서 지진이 일어나면 도카이부터 난카이까지 연쇄적으로 지진이 일어나면서 규모가 9에 달할 수 있다”고 했다. 관측 이래 일본 최대의 지진으로 꼽히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같은 규모다.
일본 정부도 이번 규슈 남부의 지진이 난카이 대지진의 전조일 수 있다며 주의를 발령했다. 김태성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장은 “본진(난카이 대지진)이 일어날 만한 시점을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다”며 “일단 주민들에게 주의를 주고, 안전하게 대비하도록 유도한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일본 학자들은 2011년 3월 9일 발생한 규모 7의 지진을 두고 본진이라 판단했으나,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나면서 사실은 전진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 지진조사위원회는 난카이 대지진이 일어나면 사망자가 32만명을 넘고, 건물 240만 채가 피해를 볼 것으로 전망했다. 가장 최근에 난카이, 도난카이, 도카이가 모두 연동돼 발생한 대지진은 1707년 일본 와카야마현 남쪽 해역에서 일어난 호에이 대지진으로 추정된다. 당시 규모 8.6 이상의 지진으로 후지산이 분화하면서 화산재 피해가 컸다.
난카이 대지진의 영향은 한국도 피해 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측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8일 7.1 규모의 지진은 진앙에서 450㎞ 떨어진 한국 남해안에 진도 1 정도의 영향을 줬다. 규모는 지진의 절대적 에너지를 말하고 진도는 특정 지역에서 체감하는 상대적 진동의 크기를 말한다. 진도 1은 민감한 사람만 느끼는 정도다.
하지만 난카이 대지진이 발생하면 이번 지진과 차원이 다른 충격이 한반도에 올 수 있다. 홍태경 교수는 “난카이 대지진이 규모 9 정도라고 가정하면, 이번에 일어난 규모 7.1의 지진보다 에너지가 1000배 더 높다는 것”이라며 “땅이 흔들리는 정도는 에너지의 제곱근이라 이번 지진보다 약 30배가 더 흔들린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단순히 땅이 흔들리는 것을 넘어서 한반도의 지진 환경을 바꿀 수도 있다. 홍태경 교수는 “동일본 대지진의 영향으로 경주와 포항에 지진이 일어났던 것처럼, 난카이 대지진은 한반도의 지진 발생 환경을 크게 바꿀 것”이라며 “과거 경주에서 일어났던 규모 7 정도의 지진이 앞당겨서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일본 난카이 대지진이 한국에 미치는 영향을 시뮬레이션(가상실험)할 계획이다. 김태성 지진연구센터장은 “국내용으로 개발한 조기 경보 시뮬레이션을 활용해 일본에 대지진이 났을 때 지진파가 한국에 도착하는 시간과 그 규모를 예측해 볼 수 있다”며 “일본은 국외라 시뮬레이션에서 사용하는 변수를 바꿔야 하겠지만, 시도는 해볼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김 센터장은 한반도에 집중됐던 지진 연구를 국외로 넓혀야 한다고 했다. 그는 “과거에 일본에서 큰 지진이 나도 한반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며 “하지만 난카이 대지진이 일어날 수 있는 지역은 남해안에서 최대 450㎞ 정도로 가깝기 때문에, 남해안을 포함해 한반도에 미칠 영향을 연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