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운동 대신 맛있는 음식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대부분 의지력이 부족하다며 자신을 탓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과학자들이 음식 유혹에 흔들려 운동을 미루는 이유가 뇌 속 신경전달물질 때문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데니스 부르다코프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대(ETH Zurich) 교수 연구진은 쥐 실험을 통해 운동과 간식 중 하나를 선택할 때 뇌 신경전달물질인 ‘오렉신(orexin)’이 좌우한다고 6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이날 국제 학술지 ‘네이처 신경과학’에 6일 공개됐다.
지금까지 어떤 일을 선택하고 나머지를 피하는 과정은 뇌 신경세포의 흥분을 전달하는 호르몬 ‘도파민’으로 설명했다. 하지만 도파민은 일반적인 동기 부여에 중요한 역할을 했으나 간식 대신 운동을 선택하는 과정은 설명하지 못했다. 부르다코프 교수는 “도파민은 먹을 때와 운동할 때 모두 나온다”며 “왜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지 설명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신경전달물질인 오렉신이 운동과 간식 사이 결정을 내리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오렉신은 각성을 유도하고 식욕을 조절하는 신경 물질로, 뇌 시상 하부의 오렉신 신경세포에서 생성된다. 현재 오렉신을 억제해 수면을 돕거나, 오렉신 유사체 형태로 기면증을 치료하는 약물들이 임상시험 단계를 거치고 있다.
실험 결과, 약물이나 유전자 변형으로 오렉신 시스템이 차단된 쥐는 딸기 맛 밀크셰이크가 놓인 장소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오렉신이 억제되면서 식욕을 조절하지 못하는 것이다. 반면 다른 쥐는 쳇바퀴에서 2배나 더 많은 시간을 보냈고 밀크셰이크 주변에서 보낸 시간은 절반 정도였다.
특히 쳇바퀴나 밀크셰이크 중 하나만 제공했을 때 두 무리의 행동은 비슷했다. 즉 오렉신이 쥐의 움직임이나 먹는 양을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두 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선택하는 데 관여한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를 인간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청소년의 80%와 성인의 27%가 충분한 운동을 하지 않는다. 성인뿐 아니라 어린이, 청소년 사이에서 비만이 빠르게 증가하는 이유다. 운동을 대신할 유혹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특히 음식의 유혹이 강하다.
쥐와 인간의 오렉신 시스템은 비슷하다고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앞으로 유전적 이유로 오렉신 시스템이 차단된 환자를 대상으로 추가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러한 환자는 2000명 중 1명꼴로 나타나며, 수면 장애를 개선하기 위한 기존 약물을 사용해 운동과 간식 사이의 선택을 도울 수 있다.
다리아 펠레그-라이브스타인 수석 연구원은 “인간의 뇌가 음식 섭취와 신체 활동 사이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이해한다면, 전 세계적인 문제인 비만이나 대사 질환을 해결하기 위한 전략을 개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참고 자료
Nature Neuroscience(2024), DOI: https://doi.org/10.1038/s41593-024-0169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