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급 학교의 방학이 시작되면서 7월 말~8월 초의 휴가철 성수기가 시작됐다. 부모들은 방학을 맞은 자녀를 데리고 무더위를 피해 바다, 산으로 떠나고 있다. 그런데 막상 바다와 계곡에 도착하고 나서도 자녀와 함께 어떻게 시간을 보낼지 난감한 경우가 많다. 뙤약볕 아래 하루 종일 놀면 건강이 걱정되고, 그렇다고 모처럼 떠난 피서지에서 숙소에만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과학자들은 전국 피서지 근처에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즐길 콘텐츠가 알찬 과학관이 많다고 추전한다. 과학관이라고 하면 서울 근처 과천의 국립과천과학관을 떠올리지만 수도권을 벗어난 지방에도 가볼 만한 과학관이 많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은 매년 전국 과학관을 정리한 과학관 지도를 만들어서 배포하고 있다. 올해 1월 기준으로 전국에 운영 중인 과학관만 155개에 달한다. 조선비즈는 이 중에서 피서지와 가깝고 프로그램이 잘 짜여진 과학관을 골라 봤다.
부산은 해운대와 광안리, 송정 등 많은 사람이 찾는 여름 피서지로 유명하다. 해운대나 기장과 가까운 곳에 국립부산과학관이 있다. 부산과 울산, 경남의 주력 산업인 자동차, 항공우주, 선박, 원자력의과학, 에너지 분야의 과학 전시를 주로 하는 곳이다. 올해는 여름방학 시즌을 맞아서 페트병을 이용해 물로켓을 만드는 체험 행사도 진행 중이다. 유아부터 초등학생까지 참가할 수 있는 행사로 직접 만든 물로켓을 발사하는 것까지 가능하다.
부산 영도의 국제크루즈선착장 옆에는 국립해양박물관이 있다. 바다와 관련된 국내외 유물과 자료를 무료로 볼 수 있는 곳이다. 특히 7월 말부터는 ‘조행일록-서해바다로 나라 곡식을 옮기다’라는 새로운 기획전시도 시작했다. 19세기 세금으로 거둔 곡식을 서울까지 배로 운반한 조운(漕運) 기록을 바탕으로 전시관을 재구성했다.
얼핏 과학과는 관련이 없어 보이는 제주에도 과학관이 8곳이나 있다. 특히 서귀포 천문과학문화관은 중문관광단지에서 차로 10여분이면 갈 수 있는 가까운 곳에 있다. 천문 관측이 가능한 곳이다 보니 밤 늦게까지 운영하는 것도 장점이다.
서귀포 천문과학문화관은 여름 방학 시즌을 맞아 방학천문교실 ‘안녕, 태양!’과 ‘달~달~ 무슨 달~’을 운영한다. 태양에 대한 강의를 듣고 태양 관찰기를 만드는 ‘안녕, 태양!’는 7월 31일과 8월 7일 수요일에 진행되고, ‘달~달~ 무슨 달~’은 8월 1일과 8월 8일 목요일에 진행된다. 서귀포시 E-티켓 홈페이지를 통해 미리 신청해야 참가할 수 있다.
8월 한 달 동안은 견우직녀별 관측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매일 오후 7시 45분과 8시 45분에 한 시간 가량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다. 참고로 전설 속에 견우와 직녀가 1년에 한 번 오작교에서 만나는 날인 칠석(음력 7월 7일)은 올해 7월 10일이다.
강원도 태백은 고지대라 여름을 서늘하게 보낼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엔 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이 있다. 고생대 지층에 들어선 유일한 박물관이다. 고생대에 살았던 삼엽충 같은 생물의 화석을 볼 수 있다. 천연기념물 417호인 구문소를 비롯해 주변 고생대 지질에 대해서도 보다 자세히 알아볼 수 있다.
강원도 강릉시 경포호에는 참소리 축음기·에디슨 과학박물관이 있다. 손성목 관장이 수집한 축음기와 에디슨 발명품이 전시된 개인 박물관으로 에디슨의 3대 발명품인 전구, 축음기, 영사기에 대한 설명과 전시품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경포호 바로 옆에 있어서 전망대의 풍경도 좋다.
고속도로를 오가며 들를 만한 곳도 있다. 인제곤충바이오센터는 인제IC에서 가까워 강원도로 피서를 오가며 들르기 좋다. 전시관의 크기가 크지는 않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는 여러 곤충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수백여 종의 곤충 표본뿐 아니라 물방개와 딱정벌레 등 살아 있는 곤충의 서식지를 구현해 놓은 것도 특징이다.
천문 관측 명소로 유명한 전북 무주군의 무주 반디별천문과학관도 여름철에 방문하기 좋다. 무주 일대에서 열리는 반딧불축제는 8월 말에 시작하지만 그 전에도 주간과 야간으로 나뉘어 천문관측을 할 수 있다. 특히 매일 오후 8시에 진행되는 야간 관측이 유명하다.
땅끝마을로 유명한 전남 해남군에는 공룡박물관도 있다. 2007년 문을 연 이래로 매년 20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찾는 국내 최대 규모 공룡 전문 박물관이다. 여름 방학을 맞아 주말마다 공연을 하고 있고, 아이들을 위한 물놀이장도 문을 열었다. 바로 옆의 우항리 공룡화석 유적지와 함께 관람할 수 있다.
충남 보령 바닷가에서 열리는 보령 머드축제를 찾는 가족이라면 보령갯벌생태과학관을 여행 코스로 묶는 것도 방법이다. 갯벌에 사는 다양한 생물과 갯벌 생태계에 대해 아이들이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는 곳이다.
빵의 도시인 대전으로 빵캉스를 떠나는 가족이 있다면 국립중앙과학관을 들러보자. 국립중앙과학관은 7월 30일부터 ‘에디슨 하우스의 비밀’이라는 특별전을 연다. 에디슨의 발명품 100여점을 진품으로 준비한 에디슨의 집에서 개방형 방탈출 게임을 하며 발명의 비밀과 과학적 원리를 체험할 수 있다. 권석민 국립중앙과학관장은 “100년 전 에디슨의 발명품과 최신 기술인 AI(인공지능)⸱AR(증강현실) 등 전통과 첨단의 기술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8월 3일에는 국립중앙과학관 일대에서 ‘냥냥이 학술대회’도 열린다. 8월 8일 세계 고양이의 날을 맞아 과학자와 과학 커뮤니케이터가 고양이에 대해 보다 대중적이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풀어가는 자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