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원자의 특성을 정밀하게 측정하는 양자 센서를 개발했다. 물질의 특성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새로운 양자 물질을 찾거나 양자 소자를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안드레아스 하인리히 기초과학연구원(IBS) 양자나노과학 연구단 단장이 이끄는 연구진은 여러 원자가 섞인 물질에서 개별 원자의 전기장과 자기장을 측정할 수 있는 양자 센서를 개발했다고 25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이날 국제 학술지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에 실렸다.
양자역학은 양자 얽힘, 중첩 같은 미시세계의 특이한 현상을 설명한다. 양자 얽힘은 원자보다 작은 두 개 이상의 입자가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양자정보가 연결되는 현상이다. 양자 중첩은 한 입자가 동시에 여러 상태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양자센서는 양자얽힘이나 중첩처럼 양자역학 현상을 이용해 측정 정확도를 높이는 기술이다.
디미트리 보로딘 IBS 양자나노과학 연구단 박사후연구원은 “작은 대상을 보려면 관측 도구 역시 작아져야 한다”며 “기존 기술은 거대하고 부피가 큰 탐침(probe)을 사용해 작은 원자의 특성을 분석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뾰족한 금속 탐침으로 원자 표면을 읽어 0.01㎚(나노미터·1㎚는 10억 분의 1m) 해상도를 갖는 주사터널링현미경(STM)의 끝에 유기반도체인 PTCDA 분자를 붙여 양자 현상인 전자스핀공명을 측정했다. 전자스핀공명은 전자의 고유 각운동량인 스핀의 방향이 바뀔 때 방출하는 에너지로, 이를 확인하면 원자 상태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다.
지금까지 여러 원자가 모여 있을 때 각 원자의 전기장과 자기장을 측정하기 어려웠고, 특정 원자의 위치를 알아내는 것도 불가능했다. 연구진은 은과 철이 섞인 합금에서 양자센서의 성능을 확인했다. 그 결과, 합금에서 0.1Å(옹스트롬, 1Å은 1억분의 1m) 해상도로 원자 각각의 전기장과 자기장의 변화를 감지했다. 일반적으로 원자의 지름이 1Å인 것을 감안하면 원자보다 10배 작은 공간에서 나타나는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번 기술은 기존 주사터널링현미경의 탐침만 바꿔 양자센서를 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양자센서는 새로운 양자 물질을 찾거나 양자 소자를 개발하는 데 필수적이다. 산업계에서 사용하는 촉매, 신약 후보물질의 특성을 찾는 데도 사용할 수 있다.
타너 에삿 독일 율리히연구소 연구원(전 IBS 양자나노과학연구단 박사후연구원)은 “이번에 개발한 양자 센서는 MRI(자기공명영성)만큼 풍부한 이미지를 제공하는 동시에 단일 원자 수준의 공간 분해능을 갖춘 ‘게임 체인저’다”라며 “가장 기본적인 수준에서 물질을 탐구하고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참고 자료
Nature Nanotechnology(2024), DOI: https://doi.org/10.1038/s41565-024-01724-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