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 연구진이 혈관 압력을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혈관 압력이 한계 이상으로 올라가면 혈관이 터지고 심혈관 질환을 유발한다./클립아트코리아

국내 연구진이 심혈관 질환을 유발하는 혈관 압력 상승을 측정하는 센서 기술을 개발했다. 혈관은 물론 신경처럼 접근이 어려운 인체 기관의 데이터를 얻는 데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박범준 경희대 화학공학과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혈관 내부의 스트레스를 실시간으로 감지하는 형광센서를 개발했다고 24일 밝혔다.

심혈관 질환은 심장이나 뇌로 가는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면서 발생한다. 심근경색, 협심증, 뇌졸중이 대표적이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심혈관질환은 2019년 전 세계 사망원인 1위에 오를 정도로 건강에 치명적이다. 국내에서도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질병관리청이 발표하는 ‘심뇌혈관질환 발생 통계’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21년까지 10년 사이 심근경색은 54.5%, 뇌졸중은 9.5% 늘었다. 질환이 발병하기 전까지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조용한 암살자’ 혹은 ‘몸 속의 시한 폭탄’으로 불리기도 한다.

심혈관 질환이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동맥 내부에 콜레스테롤이 쌓이며 만들어지는 플라크다. 혈관 속에 축적된 플라크는 혈관 벽을 좁게 만들고, 큰 압력이 가해지게 한다. 혈관이 버틸 수 있는 압력을 넘어서면 혈관이 터지면서 건강에 문제가 발생한다. 이 때문에 혈관 내부 압력을 실시간으로 측정하기 위한 연구가 이뤄졌으나, 실제 혈관에서 압력을 시각화하거나 측정하지는 못하고 있다.

연구진은 ‘폴리다이아세틸렌(PDA)’ 입자를 이용해 혈관 내부 압력을 측정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입자는 외부 자극을 받으면 색이 변하고 빛을 낸다. 이 특성을 이용해 혈관과 비슷한 환경에서 압력을 측정하는 방식이다. 혈관 압력이 높아지면 혈액의 흐름이 강해지는 데 이때 나타나는 색 변화를 정량화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를 혈관뿐 아니라 신경처럼 접근하기 어려운 신체 부위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입자의 압력 감지 감도를 높여 다양한 환경에서 정확도를 높이는 후속 연구도 나설 계획이다.

박 교수는 “앞으로 심혈관 및 신경 질환 예방과 치료에 중요한 데이터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지난 19일 소개됐다.

참고자료

Nature Communications(2024),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4-503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