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록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성북구 KIST 본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KIST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임무중심 연구소 제도를 신설하고 프로그램 매니저(PM) 제도를 도입한다. 연구 결과가 논문이나 특허에서 그치지 않고 국가적·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오상록 KIST 원장은 17일 오전 서울 성북구 KIST 본원에서 취임 100일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오 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KIST의 새로운 비전인 ‘월드 클래스 KIST’를 공개하며 세계적인 전문성을 토대로 국가와 국민을 위한 문제 해결에 전념하는 연구기관이 되겠다고 밝혔다.

오 원장이 제시한 변화의 핵심 키워드는 임무중심 연구소다. KIST는 2010년부터 전문연구소 제도를 도입해 운영해 왔는데, 이번에 오 원장은 3곳의 임무중심 연구소를 새로 출범했다. 각각 차세대반도체, AI·로봇, 청정수소융합 분야를 연구한다.

임무중심 연구소의 가장 큰 특징은 이번에 도입한 PM 제도다. 연구소장이 PM을 맡아서 연구소 운영에 필요한 전권을 가지게 된다. KIST 원장이나 부원장도 임무중심 연구소 운영에서는 PM인 소장보다 뒤에 서게 되는 것이다. 과제 설정, 인력, 예산, 인프라 등 연구소 운영에 필요한 모든 권한을 PM이 가진다.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이 PM 제도를 도입한 건 KIST가 처음이다.

오 원장은 “지금까지는 연구원들이 알아서 잘 연구를 진행했지만 감독을 맡아줄 사람이 없다 보니 난관에 부딪혔을 때는 극복하기 위한 전략이 부족한 경우가 많았다”며 “국가적인 임무 달성을 위해서는 연구소의 전략을 책임질 감독이 필요하다고 봤고, PM이 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출범한 3곳의 임무중심 연구소는 적게 25명에서 많게는 50명까지 인력을 배치했다. 오 원장은 인력 배치도 연구소의 PM이 직접 결정해서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KIST 외부에 필요한 인력이 있다면 출연연 벽 허물기 차원에서 다른 출연연의 양해를 구해 해당 인력을 KIST 임무중심 연구소에 초빙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KIST는 앞으로 임무중심 연구소를 계속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오 원장은 기술사업화 제도와 창업 지원 방식도 개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KIST 연구자가 손 쉽게 창업할 수 있도록 창업 지원제도를 신설하고, 기술사업화 제도는 사용자 중심으로 개선하기로 했다. 기술렌탈형 사용화 제도도 처음 도입된다. 이 제도는 기술이전 총액에서 일정 비율만 먼저 사용자가 납부하고, 향후 상용화가 되면 그 때 나머지 돈을 내도록 하는 제도다. 기술이전에 대한 사용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차원이다.

‘KIST 이노베이션’이라는 조직도 생긴다. 기술벤처재단, KIST홀딩스, 홍릉강소특구, 서울바이오허브 등으로 분산돼 있는 KIST 내 창업·기술사업화 기능을 하나로 모으는 조직이다. 오 원장은 “연구 결과가 창업과 기업 성장으로 연결되는 혁신의 연결고리를 확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