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법, 단어 등 언어 문제를 풀고 있을 때 활성화된 뇌의 모습

“내가 영혼과 나누는 내면의 ‘대화’가 생각이다.” 이는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이 저서 ‘테아이테토스’에서 언어와 사고(思考)의 관계를 규정한 것으로, 언어가 ‘생각의 기반’이라고 봤다. 플라톤의 말대로 언어가 없으면 내적 대화가 불가능해 사고 자체를 할 수 없을까? 철학계의 오랜 관심사였던 이 주제에 대해 실험적으로 접근한 연구 결과가 19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됐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들이 언어 과제를 수행할 때의 뇌와, 사고에 관한 문제를 풀 때 뇌를 비교 분석했다. 먼저 참가자들은 엉망인 문장을 읽은 다음 제대로 된 문장을 읽는 식으로 언어 관련 임무를 수행했다. 이 과정에서 연구진은 제대로 된 언어를 처리할 때에만 활성화되는 특정 뇌 영역을 발견했다. 그다음 참가자들은 퍼즐을 푸는 등 다양한 사고 실험에 참여했다. 곰곰이 생각하는 실험에서 뇌의 더 많은 부위가 활성화됐다. 언어 관련 임무를 할 때보다는 깊은 생각을 할 때 뇌 활성화 범위가 더 컸는데, 언어 실험 때 활성화한 부위와는 거의 겹치지 않았다. 이 같은 실험을 통해 연구진은 “인간이 사고할 때 언어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연구진은 교통사고로 뇌를 다쳐 말을 할 수 없게 된 환자들도 분석했다. 뇌 손상으로 단어를 잊거나 뜻을 이해 못 하는 실어증 환자의 경우에도 수학 문제를 풀거나 체스 게임을 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언어가 사고의 전제 조건은 아니며, 언어의 쓰임은 정보를 전달하는 것에 있다”고 했다.

앞서 세계적 언어학자 노엄 촘스키 MIT 교수는 추론을 위해선 언어가 필수라고 주장했고, 2000년대 발표된 다른 연구에서는 언어와 사고가 뇌의 같은 부분을 활성화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는 촘스키 견해를 과학적으로 뒷받침하는 근거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번 MIT 연구진은 “당시 연구에 사용된 뇌 스캔 기술은 지금보다 훨씬 뒤떨어진 상태였고, 실험 참가자도 너무 적어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