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항암제의 효과가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술을 개발했다. AI의 예측 근거를 알 수 없는 블랙박스(Blackbox)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높은 정확도를 유지할 수 있는 기술이다. 항암제 신약과 환자 맞춤형 치료법 개발에 활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조광현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암세포의 약물 반응을 높은 정확도로 예측하면서도 예측 근거를 제시하는 ‘그레이박스’ 기술을 개발했다고 3일 밝혔다.
지난해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국내 사망 원인 1위는 암이다. 전 세계적으로 보더라도 심혈관계 질환에 이어 2위를 차지한다. 과학기술계와 의료계는 암의 정복 방법을 찾기 위해 활발하게 연구하고 있으나 여전히 암 정복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암 치료가 어려운 이유로는 환자마다 다른 유전자 변이가 꼽힌다. 암을 일으키는 유전자 변이가 달라 같은 항암제라도 환자마다 효과에 차이가 나타나고 새로운 항암제의 개발은 어려운 상황이다. 다른 질병은 AI 기술을 적용해 신약의 효능을 예측할 수 있으나 암은 원인이 제각기 달라 효능을 예측하기 어렵다.
연구진은 우선 여러 종류의 암의 변이와 표적항암제 타깃 유전자 정보를 종합해 분자 조절 네트워크 모델을 만들었다. 네트워크 모델은 암 세포와 항암제의 반응을 예측하는 골격으로 사용된다. 표적항암제별 약물 반응과 관련된 변이와 유전자로 구성된 부분네트워크(sub-network)를 추출해 시스템생물학 모델을 개발했다.
이후 트라메티닙, 아파티닙, 팔보시클립 등 3개의 표적 항암제와 대장암, 유방암, 위암 등 3개의 암에 대한 그레이박스 모델을 만들었다. 완성된 모델의 예측 결과는 실제 암 세포를 이용한 실험 결과와 비교해 검증했다. 그 결과, 미 국립암연구소(NCI)의 변이 정보 약물 반응에서 같은 반응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는 암세포가 실제로는 서로 다른 약물 반응을 일으킨다는 점을 증명하는 데 성공했다. 약물 반응 차이가 나타나는 이유도 네트워크 모델을 바탕으로 설명할 수 있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암 세포의 약물 반응을 높은 정확도로 예측하면서도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발병 이유가 각기 다른 암에 대해 공통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약물 반응 원천 기술로, 앞으로 환자 맞춤형 치료법을 찾는 데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AI 기술의 높은 예측력과 시스템생물학 기술의 우수한 해석력을 동시에 갖춘 새로운 융합원천기술”이라며 “앞으로 고도화를 통해 신약 개발 산업의 활용이 기대된다ˮ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셀 리포트 메소드’에 지난 달 20일 소개됐다.
참고자료
Cell Reports Methods, DOI: https://doi.org/10.1016/j.crmeth.2024.1007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