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계에도 인공지능(AI) 바람이 불고 있다. 스포츠 관련 데이터를 학습하고 경기 전략을 세우는 ‘AI 코치’가 축구, 골프, 테니스 분야에 잇따라 등장했다. 초보자부터 프로 선수까지 AI에게 훈련 방식이나 자세 교정을 조언받을 수 있다.
국내 연구진도 AI 코치 개발에 나섰다. 김승준 광주과학기술원(GIST) 융합기술학제학부 교수 연구진은 지난 6일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 컴퓨터과학 인공지능 연구실(CSAIL)과 함께 배드민턴 AI 코치를 개발하기 위한 데이터 세트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AI가 초보 ‘배린이(배드민턴과 어린이 합성어)’를 가르칠 날이 다가온 것이다.
AI는 대규모 데이터를 학습해야 인간 이상의 능력을 가질 수 있다. 바둑 AI 알파고도 수많은 바둑 경기를 기록한 기보를 학습하고 이세돌 9단을 누를 수 있었다. 데이터의 양과 질이 AI의 성능을 결정짓는다고 할 정도다. AI 코치 역시 프로 운동선수의 기술과 훈련을 분석한 데이터가 필요하다.
GIST 연구진은 교내 프로그램 ‘GIST-MIT AI 국제협력사업’통해 MIT와 협력했다. 이미 MIT는 액션센스(ActionSense) 프로젝트를 통해 부엌에서 감자 껍질을 벗기거나 야채를 자르는 일상적인 작업의 데이터를 수집한 바 있다. GIST 연구진은 같은 방식으로 배드민턴 선수들의 움직임과 생리적인 반응에 대한 데이터를 모았다.
연구 논문의 제1 저자인 성민우 GIST 박사과정생은 “MIT와 함께 협업하다 액션센스 프로젝트에 대해 알게 됐다”며 “직접 MIT를 방문해 다양한 센서로 데이터를 수집하는 방식을 배우고, 배드민턴에 적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다양한 수준의 선수 25명이 스윙을 하는 동안 센서로 인체 움직임과 생체 반응을 기록했다. 관절 움직임을 추적하는 관성 측정 장치부터 근육 움직임을 파악하는 근전도 센서, 발 압력을 측정하는 센서, 카메라가 총동원됐다. 그 결과 총 23시간 동안 7763건의 데이터를 수집했다.
연구진은 “배드민턴에서 셔틀콕을 치는 행위를 뜻하는 ‘스트로크’의 유형과 선수의 기술 수준, 셔틀콕 착지 위치, 상대방 선수의 위치 등 다양한 데이터를 쌓았다”며 “기계학습 모델을 사용해 데이터를 평가한 결과, 스트로크의 품질을 평가하고 피드백을 주는 AI 모델을 개발하기에 적합하다고 나왔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앞으로 AI 코치가 포핸드 클리어나 백핸드 드라이브와 같은 다양한 배드민턴 동작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잘못된 동작을 하면 AI가 선수의 몸에 부착한 장치에 진동이나 전기 자극을 보내 자세를 교정하는 방식이다. 연구진은 “배드민턴을 넘어 라켓을 사용하는 모든 스포츠에서 AI 기반 교육, 훈련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며 “입문자부터 프로까지 다양한 수준의 선수들에게 맞는 AI 코치를 개발해 스포츠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를 이끈 김승준 교수는 현재 MIT에서 연구년을 보내며 협력 프로젝트에 집중하고 있다. 성민우 박사과정생은 “이번 성과는 기획부터 논문 게재까지 2년이 걸렸다”며 “모은 데이터를 이용해 MIT와 함께 AI 모델을 구축하고, 효율을 검증할 예정”이라 설명했다. MIT와의 협력 프로젝트는 내년 12월 31일까지 이어진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데이터(Scientific Data)’에 지난달 5일(현지 시각) 공개됐다.
참고 자료
Scientific Data(2024), DOI: https://doi.org/10.1038/s41597-024-03144-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