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물공학회 신진연구자 8명이 18일 경남 창원시에서 열린 '2024 한국생물공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한국과학기자협회

과학자들이 인공지능(AI)이 세상에 없던 단백질을 설계하고 생명의 밑그림인 유전자 서열 데이터로 신사업을 발굴하는 연구에 주목하고 있다. 인삼에 들어있는 천연성분인 사포닌을 화장품과 식품 첨가제로 바꾸고 미생물이 만든 바이오 소재로 사람 몸에 친화적인 3차원 프린팅 구조물을 개발하는 연구도 활발하다. 한국 생물공학의 미래를 책임질 신진연구자들이 내세운 연구 주제들이다.

한국생물공학회는 18일 경남 창원에서 열린 ‘2024 한국생물공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생물공학에 뛰어든 신진연구자들의 연구 전략과 전망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포럼에는 미생물 연구와 AI, 나노기술, 양자점(크기가 수 나노미터에 불과한 초미세 입자) 등 다양한 첨단 기술과 접목한 참신한 주제들이 나왔다. 김민희 경북대 섬유패션디자인학부 교수와 박준혁 가톨릭의대 교수, 손현철 전남대 생명공학과 교수, 신경철 한국외대 생명공학과 교수, 신기영 한국화학연구원 선임연구원, 이상민 포스텍 화학공학과 교수, 조성민 부산대 바이오소재과학과 교수, 한성규 인하대 생명과학과 교수 등 연구자 8명이 나섰다. 이들은 박사후과정을 거치고 이제 막 대학과 연구소에서 새로운 연구실을 설립한 30대 후반의 신진 과학자들이다.

이상민 포스텍 교수와 한성규 인하대 교수는 이날 발표에서 최근 과학기술과 사회 전반에 활용되고 있는 AI 기술을 접목한 연구를 제시했다. 이 교수는 AI로 단백질을 설계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한 교수도 머신러닝(기계학습)으로 유전체 데이터를 분석·활용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AI로 단백질 생산과 유전체 반응을 예측해 신약을 개발하거나 식량 자원을 개선할 수 있다.

IT(정보기술)에 해당하는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분야에서 최근 활발하게 활용되는 양자점을 이용한 주제도 있다. 양자점은 수백~수천개의 원자로 이뤄진 나노미터(10억분의 1m) 단위의 결정체다. 박준혁 가톨릭의대 교수는 양자점 물질을 세포에 침투시켜 미세한 부분까지 들여다 보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양자점을 세포에 침투시키면 세포에 있는 작은 기관을 빠르게 식별할 수 있다. 이 기술은 세포 내 반응과 미토콘드리아 추출 같은 의학 연구에 폭넓게 쓰일 것으로 기대된다.

신경철 한국외대 교수와 김민희 경북대 교수는 독특한 주제를 들고 나왔다. 신 교수는 간 기능 활성화와 항암 효과를 가진 인삼의 사포닌 성분을 화장품과 식품 첨가제로 바꾸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김 교수는 인체 구조나 오가노이드를 안정적으로 제작하는 바이오 잉크를 개발한다.

조성민 부산대 바이오소재과학과 교수가 18일 경남 창원시에서 열린 '2024 한국생물공학회 춘계학술대회' 신진연구자 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한국과학기자협회

조성민 부산대 교수는 나노 구조 네트워크를 이용한 효소 연쇄반응을, 손현철 전남대 교수는 티올레이즈(Thiolase) 효소를 이용한 생물 합성을 소개했다. 신기영 화학연 선임연구원은 바이오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미생물을 발굴하고 성능을 평가하고 있다.

신진연구자들은 세계를 바꿀 거창한 목표보다는 앞으로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새로운 학문 연구를 이어가겠다고 자신들의 소박한 희망을 말했다. 김민희 교수는 “신진연구자로서 연구를 시작하는 단계에 있다”며 “연구실을 꾸리면서 인프라 구축, 인건비 같은 문제로 예민해질 때가 있는데, 이런 일들로 인해 연구를 포기하지 않는 것이 작은 희망”이라고 했다.

해외처럼 국내에서도 여전히 신진연구자들에게 충분한 연구비가 지원되지는 못하고 있다. 이들 참석자들은 “연구비가 부족한 젊은 연구자들 위한 지원 방안이 더 많이 늘어나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박준혁 가톨릭의대 교수는 “최근 정부에서 큰 장비를 마련하기 어려운 신진연구자들을 위해 인프라를 쓰게 만든 사업이 연구자들 사이에선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며 “연구자 개인이 하기 힘든 부분을 과감하게 지원할 수 있는 정책이 많이 만들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