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정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천연물인포매틱스연구센터 선임연구원 연구진은 항암제에 대해 내성과 가소성이 있는 암 조직을 치료하기 위해 최적의 항암제 용량을 제안하는 수리 모델을 개발했다./pixabay

암은 항암제 내성이 생기거나 재발하는 경우가 많아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난치병이다. 현재 암 치료법은 환자에게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는 최대 용량의 항암제를 사용한다. 항암제에 대한 내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최적의 용량과 투약 기간을 찾는 연구가 필요하다.

김은정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천연물인포매틱스연구센터 선임연구원 연구진은 항암제에 대해 내성과 가소성이 있는 암 조직을 치료하기 위해 최적의 항암제 용량을 제안하는 수리 모델을 개발했다고 18일 밝혔다.

항암제를 최대 용량으로 사용할 경우 일부 항암제에 저항성이 있는 세포의 성장을 촉진하거나 정상 세포를 손상하는 것과 같은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지금까지는 소수의 암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제1상 임상시험 결과로 최대 내약 용량(maximum tolerated dose)을 결정해 항암치료가 진행됐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최대 내약 용량을 대신할 수 있는 항암제 용량을 설정하기 위해 수학적 모델이 개발됐다. 하지만 암 치료 중에 생긴 항암제 내성과 암세포의 빠른 진화적 변화가 치료 결과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하지 못해 보완이 필요했다.

연구진은 항암제 치료 중에 생길 수 있는 내성과 암세포의 일시적인 표현형 변화를 고려해 필요한 적정용량을 제안해 주는 최초의 항암제 용량 예측 모델을 개발했다. 모델은 서로 다른 특성이 있는 암세포 간의 경쟁을 수학적으로 표현한 뒤 항암치료 중 암세포 수의 증감을 예측한다. 암세포 수의 변화가 없는 균형점의 조건을 찾고, 균형점에 도달할 수 있는 암의 초기조건과 항암제 용량 범위를 제안했다.

연구진은 수리 모델로 계산한 항암제 유효 범위를 검증하기 위해 피부암의 일종인 흑색종 크기 변화를 수치 시뮬레이션을 통해 예측했다. 그 결과 항암제 휴식기를 통해 가소성 있는 종양세포의 항암제 민감도를 높인 뒤 다시 항암제 치료를 하면 종양 크기를 일정 수준 이하로 유지할 수 있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다른 암종에 대해서도 치료 중단 시기, 최소 용량, 최대 용량과 같은 치료 전략을 세울 때 이론적 토대로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번에 개발한 수학모델은 임상시험 전 새로운 치료제의 암세포 사멸 효과와 약물별 최적 투약용량을 결정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개인의 항암제 민감성이나 암 진행 속도를 고려해 환자 맞춤형 항암치료 전략을 세우는 데도 적용할 수 있다.

KIST 김은정 선임연구원은 “수리 생물 모델로 암 환자의 종양 크기와 특성 변화를 예측하고, 환자 맞춤형 항암제 투여 전략을 제시할 수 있다”며 “향후 천연물 유래 항암제 후보물질의 동물실험과 임상시험을 설계할 때 수리 생물 모델을 활용하면 암 크기를 지속해서 조절할 수 있는 투여 용량을 설정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카오스, 솔리톤스 앤드 프랙탈스(Chaos, Solitons & Fractals)’ 2월호에 게재됐다.

참고 자료

Chaos, Solitons & Fractals(2024), DOI: https://doi.org/10.1016/j.chaos.2024.1144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