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불치병으로 꼽히는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를 치료하기 위한 새로운 치료 전략이 나왔다. 유전자를 원하는 대로 편집하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이용해 세포에 침투한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를 제거하는 방식이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 연구진은 20일(현지 시각)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이용해 바이러스의 유전자에 오류를 일으켜 비활성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다음달 27일부터 30일까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유럽 임상미생물학·전염병학회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엘레나 헤레라 카리요 네덜란드대 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에이즈의 치료 전략을 설계하는 데 있어서 큰 발전을 이끌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
에이즈는 HIV 바이러스에 감염돼 인체의 면역 세포가 기능을 하지 못하게 하는 질병이다. 면역체계가 손상된 환자는 각종 감염증과 피부암과 같은 악성종양이 생겨 목숨을 잃기까지 한다.
전 세계 에이즈 환자는 약 4000만명에 이르고 국내에도 1만5000여명에 달하지만 이렇다 할 치료법은 개발하지 못한 상황이다. 최근에는 에이즈 증상을 막는 약을 개발해 사망률이 크게 감소했으나 완치는 불가능해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는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네덜란드대 연구진은 HIV 바이러스의 유전자에 변이를 일으켜 비활성화하는 방식의 치료 전략을 제시했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이용해 바이러스의 분열을 조절하는 유전자를 고장내 감염을 막는 방식이다.
연구진은 세포 실험을 통해 면역세포에 침투한 HIV바이러스를 제거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세포에 침투한 모든 바이러스가 비활성화돼 세포에서 배출됐으며 이를 이용해 에이즈 환자를 치료한다는 전략이다.
다만 아직 세포 실험만 이뤄진 만큼 실제 에이즈 환자에게 적용하려면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한 수준이다. 조너선 스토이 영국 프랜시스크릭연구소 연구원은 “다음 단계는 동물 실험이 남았다”면서도 “결국 이 치료법이 에이즈 환자에게 희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HIV 바이러스가 침투하는 골수 면역세포뿐 아니라 다른 신체 부위에 대한 치료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스토이 연구원은 “다른 부위에도 바이러스가 침투할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확실하다”며 “이 치료법은 모든 면역 세포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