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머드 상상도./베스 자이켄

미국의 바이오기업이 아시아 코끼리의 성체 세포로 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줄기세포는 동물의 모든 조직과 세포로 자라나는 원시 세포이다. 이 업체는 줄기세포의 유전자를 편집해 4000년 전 멸종한 매머드의 특성을 지닌 코끼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과학계는 멸종동물 복원에 의미 있는 한 걸음을 내디뎠다고 평가했다.

6일(현지 시각) 미국 댈러스에 본사를 둔 바이오기업인 콜로설 바이오사이언스(Colossal Biosciences)는 매머드를 유전적으로 부활시키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가까운 친척인 아시아 코끼리의 줄기세포를 배양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콜로설은 2021년 세계적인 유전학자인 조지 처치(George Church) 하버드 의대 교수가 설립한 회사로, 매머드와 도도새, 태즈메이니아 주머니늑대 같은 멸종동물을 복원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다.

매머드는 코끼리와 비슷하지만 크고 휜 엄니와 긴 털을 가진 동물이다. 480만년 전 나타나 유라시아와 북아메리카를 중심으로 퍼졌다가 4000년 전 마지막 빙하기에 멸종했다. 다행히 눈이 녹지 않는 시베리아의 영구 동토지대에서 매머드 사체가 온전한 상태로 발굴돼 DNA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복원은 쉽지 않았다. 매머드의 유전자가 어떤 기능을 하는지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콜로설은 매머드 복원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매머드와 유사한 아시아 코끼리의 성체 세포로 유도만능줄기세포(iPS세포)를 만들었다. 일본 교토대의 야마나카 신야 교수는 2006년 생쥐의 피부세포에 특정 유전자 4가지를 주입하면 모든 세포로 자라는 배아줄기세포와 유사한 상태가 되는 것을 발견했다.바로 iPS세포이다. 그는 이 공로로 2012년 노벨상을 받았다. 콜로설 연구진은 코끼리 세포에서 세포 사멸을 유도하는 TP53 단백질을 억제해 iPS세포로 역분화하는 효율을 높였다.

연구진은 코끼리 줄기세포의 유전자를 편집해 매머드의 특성을 갖도록 할 예정이다. 코끼리 줄기세포의 DNA에 매머드 유전자를 이식해 가며 두꺼운 털과 지방층을 갖춘 코끼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미 콜로설은 시베리아 얼음 속에서 나온 매머드 사체에서 DNA가 담긴 세포를 추출했다. 특히 iPS세포는 정자와 난자로도 자랄 수 있다. 콜로설은 정자와 난자를 수정시킨 배아를 코끼리 대리모에게 이식하면 매머드와 유사한 개체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콜로설 바이오사이언스가 만든 아시아 코끼리의 유도만능줄기(iPS) 세포 군체. 줄기세포의 만능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OCT4, SOX2 유전자는 각각 자홍색, 녹색으로, 세포핵 DNA는 파란색, 세포골격 단백질인 액틴은 빨간색으로 염색했다./Colossal Biosciences

조지 처치 콜로설 창립자는 “성체 코끼리 세포에서 줄기세포를 얻는 단계가 매머드 복원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의의를 설명했다. 북부흰코뿔소 복원을 위해 iPS세포를 만들었던 진 로링 미 스크립스연구소 연구원은 “이번 연구가 코끼리 연구자들의 끈기를 보여준다”고 평했다.

콜로설은 “이번 연구 결과는 논문 사전출판 사이트인 ‘바이오아카이브(bioRxiv)’에 곧 공개될 예정”이라며 “정식 과학 학술지에 게재하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연구 결과의 검증 전부터 매머드 복원을 두고 의견이 나뉘고 있다. 생명공학 기술로 만들어진 매머드를 진짜 매머드로 볼 수 있을지, 그저 털 많은 코끼리로 봐야 할지 모호하다는 것이다. 매슈 콥 영국 맨체스터대 동물학과 교수는 워싱턴 포스트지에 “변형된 유전자가 코끼리 세포에 자리 잡지 못할 수도 있고, 배아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자궁에 착상되지 못할 수 있다”며 “매머드가 태어나면 어떻게 매머드의 행동 양식을 배울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코끼리는 개체끼리 물웅덩이의 위치를 공유하고 생존 기술을 다음 세대로 물려주는 사회적인 동물이다. 매머드가 코끼리와 유사한 만큼, 매머드가 되는 법을 가르칠 개체가 있어야 진정한 복원이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빅토리아 헤리지 영국 런던자연사박물관 연구원은 “완전히 새로운 유기체가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매머드가 멸종한 원인이 인간의 남획인지 빙하기의 영향인지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서 복원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매머드를 복원하는 과정에서 여러 코끼리의 희생이 필요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콜로설은 “인공 자궁을 사용해 동물을 복원하는 것이 장기적인 목표”라며 “코끼리 세포에 대한 연구가 어린 코끼리 개체를 위협하는 바이러스의 치료법 개발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설명했다.

벤 람 콜로설 바이오사이언스 대표(왼쪽)와 조지 처치 하버드대 교수. 뒤로 멸종한 매머드 복원상이 보인다. 콜로설은 매머드 사체에서 추출한 유전자를 오늘날 코끼리에 넣어 복원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Colossal Biosci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