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핵심 소재인 리튬은 수입 비중이 90%에 육박한다. 2022년 기준 한국의 리튬 수입 비중은 95%다. 특히 중국으로부터의 수산화리튬 수입이 64%를 차지한다. 나머지 31%는 칠레로부터 수입한 리튬이다. 리튬은 호주와 칠레를 비롯해 전 세계 곳곳에 매장되어 있으나 채굴한 리튬은 모두 공급망을 장악한 중국으로 운반되기 때문이다.

동시에 리튬 매장량이 높은 국가끼리 연합체를 결성하면서 천연자원을 가진 국가가 천연자원의 통제권을 주장하는 ‘자원민족주의’도 공급망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소다. 정부는 리튬·니켈과 같은 반도체와 이차전지에 쓰이는 핵심 광물에 대한 중국 의존도를 2030년까지 80%대에서 50%대까지 낮추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핵심 광물 탈중국을 위해서는 새로운 자원 동맹이 필요하다. 가장 대표적인 후보는 카자흐스탄과 몽골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KIGAM)은 5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JW메리어트 호텔에서 핵심광물 국제포럼을 열었다./KIGAM

한국지질자원연구원(지질연)은 5일 서울 JW메리어트 호텔에서 핵심광물 국제포럼을 열었다. 카자흐스탄, 몽골, 우즈베키스탄, 베트남, 인도네시아, 탄자니아, 나이지리아, 콩고민주공화국 8개국과 핵심광물 현황을 공유하고 핵심광물 수급 확보를 위한 행사다.

지질연은 카자흐스탄과 지난 2022년 11월 업무협약을 체결해 숨겨진 리튬을 찾고 있다. 카자흐스탄은 전 세계 우라늄 생산의 40%를 차지하는 최대 생산국이자 구리‧아연‧몰리브덴의 주요 생산국으로 100종에 이르는 광물이 부존된 자원부국이다. 이날 지질연은 카자흐스탄과 1.6㎢ 규모의 바케노 리튬 페그마타이트 부존지역을 탐사한 R&D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지역의 리튬 잠재자원량 평가를 위해 3차원 모델링을 실시한 결과, 1차년도에 리튬을 함유한 페그마타이트 345만t을 찾아냈다. 이는 카자흐스탄의 지질단면도를 기반으로 한 데이터로, 2차년도부터 추가 지표지질조사와 시추와 트렌치 탐사를 통해 자세히 분석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허철호 지질연 광물자원연구본부장은 “바케노 지역은 80년대 중반 탄탈륨을 채굴하던 지역으로 광물을 처리할 인프라가 갖춰져 있다”며 “해당 지역의 금속 매장량 가치가 21조에 달하는 만큼 정밀조사와 드론을 활용해 바케노 전체 지역을 탐사할 것”이라 설명했다. 현재 지질연은 국내 모 기업과 비밀유지계약을 맺고 해당 지역의 핵심 광물 현황을 공유하고 있다.

허 본부장은 “바케노 지역의 광구가 유망하다고 판단되면 국내 모 기업이 광물을 개발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본다”며 “광물 내 리튬 함량이 2.7~5.3% 정도로 서호주의 대표 광산의 리튬 함량인 2.1% 보다 높아 고무적이지만, 하부에 얼마나 매장되어 있는지는 앞으로 탐사해야 할 부분”이라고 설명해다. 지질연은 바케노 리튬광구 하층토사용권이 승인되면 시추 조사와 함께 현지에 선광 플랜트를 구축해 리튬개발을 본격화하고, 국내 민간기업의 진출도 지원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지질연 관계자는 “올해 안에 라이센스가 발급되면 2025년에는 시추 탐사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KIGAM)이 5일 카자흐스탄, 몽골, 우즈베키스탄, 베트남, 인도네시아, 탄자니아, 나이지리아, 콩고민주공화국 8개국의 핵심광물 현황을 공유하고 수급 확보를 위한 핵심광물 국제포럼을 열었다./KIGAM

몽골과는 니켈 생산을 위해 협력하고 있다. 박계순 지질연 자원탐사개발연구센터장은 “카자흐스탄은 어느 정도 개발된 지역이라면, 몽골은 완전 천연지역”이라며 “아직 해당 지역의 특성을 연구하는 과정으로, 매장량이 얼마라고는 할 수 없지만, 광물을 보유하고 있다는 특성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마 올해 연말에는 핵심광물 채굴 가능성을 알 수 있는 데이터가 나올 것이라 덧붙였다.

하지만 “몽골에서 핵심 광물을 캐더라도 국외로 반출할 길이 중국과 러시아밖에 없고, 로지스틱스 비용도 높다”며 “핵심 광물 가능성은 높지만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광물을 농축하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쿠렐바타르 산치그도르 몽골 광업중공업부 지질정책국장은 “자원 개발과 관련해 한국뿐 아니라 독일, 프랑스, 일본과도 협력하고 있다”며 “한국과 현장 제련, 지질 조사에서 많이 협력하면서 몽골의 젊은 연구자들을 한국으로 보내 교육받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한국은 몽골 정부에서 라이센스를 받아 몽골 서쪽 지역인 바양울기 지역을 공동 탐사하고 있으며, 추후 조인트 벤처를 설립해 개발 범위를 넓히는 것이 목표다.

이날 카자흐스탄과 몽골을 포함한 8개국은 자국에 부존된 리튬과 코발트를 포함한 핵심광물의 개발을 위해 지질연과 협력하기로 했다. 지질연은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와 현지 조사를 진행하면서 핵심광물 개발공동연구센터를 설립하고, 가상 환경을 접목한 디지털 트윈 기술 기반의 탐사를 실행할 예정이다.

이평구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원장은 “이번 핵심광물 국제포럼은 지질연의 기술노하우가 담긴 광물자원 탐사-채광-선광-제련 분야 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핵심광물 공급망의 구축을 위한 국가별 핵심전략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지질연의 우수한 기술을 전수해 중앙아시아-동남아시아-동북아시아-아프리카에 이르는 2030 핵심광물 신공급망 구축의 실현을 위해 앞장서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