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온·상압 초전도체 논란의 중심에 있는 물질인 ‘LK-99′의 후속 연구 결과가 4일 오후 11시(한국 시간) 미국에서 발표된다. ‘PCPOSOS’라는 이름이 붙은 이 물질은 향후 연구 진실성 논란과 연구자 간의 성과 분쟁에서 중요한 분수령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4일 과학계에 따르면 김현탁 미국 윌리엄메리대 교수와 퀀텀에너지연구소 연구진은 이날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열리는 미국물리학회(APS) 3월 미팅에서 상온·상압 초전도체라고 주장하는 신물질 ‘PCPOSOS’ 연구 결과를 발표한다. 두 사람은 지난해 7월 상온에서 초전도성을 발휘하는 LK-99라는 새로운 물질을 개발했다며 논란의 중심에 오른 인물들이다. 당시 일부 연구진이 LK-99가 상온에서 초전도성을 보인다는 평가를 내놓으면서 국내외 과학계 주목을 받았다. 시장에선 관련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는 등 논란이 있었다.
연구진은 이번 학회에서 ‘부분 부양, 상온·상압의 타입2 초전도체 PCPOSOS의 특성’이라는 제목으로 연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들이 사전 제출한 초록에 따르면 PCPOSOS는 전기 저항이 없으며 마이스너효과가 나타나고 자석 위에서 부분 부상하는 초전도체의 특성을 보이는 물질이다. PCPOSOS는 LK-99의 기존 화학식에 황(S)을 추가한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PCPOSOS가 새로운 초전도 물질인지에 대해 정확히 알려지지는 않고 있다. 과학계에서는 LK-99의 상온 초전도성이 잇따라 검증에 실패하면서 퀀텀에너지연구소가 물질의 이름과 조성만 바꾼 채 재발표하는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국내 초전도체 전문가로 구성된 LK-99 검증위원회는 지난해 12월 ‘LK-99 검증 백서’를 내고 LK-99가 상온초전도체가 아닌 부도체라는 결론을 내렸다.
초전도체 분야의 한 전문가는 “신물질을 개발한 이후 물질 조성이 바뀌는 일은 특별히 문제가 있는 일은 아니다”라면서도 “LK-99가 황 불순물에 의한 강자성으로 초전도체와 비슷한 특성을 낸다는 검증 결과를 의식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PCPOSOS와 LK-99의 합성법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합성법으로 나온 물질의 화학식이 다르다는 것은 기존 LK-99의 화학식이 잘못됐다는 의미다. 퀀텀에너지연구소도 PCPOSOS와 LK-99가 크게 다른 물질이 아니라는 설명을 내놓기도 했다.
이석배 퀀텀에너지연구소 대표는 지난 1월 9일 연세대에서 열린 양자산업융합선도단 비전선포식에서 “LK-99는 상온 초전도체의 성분이 정확히 밝혀지기 전 납 아파트이트 구조의 범용 명칭”이라며 “학문적으로는 PCPOSOS를 사용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번 포스터 발표 결과에 따라 권영완 고려대 교수와의 연구 성과 분쟁의 판도가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권 교수는 퀀텀에너지연구소 소속으로 LK-99 연구에 함께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지금은 독립적인 상온 초전도체 연구를 하고 있다. 권 교수는 여전히 기존 LK-99와 같은 화학조성의 물질이 상온 초전도성을 갖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같은 이유로 권 교수는 LK-99가 자신의 연구 성과라는 입장이다. 권 교수는 지난해 12월 15일 고려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퀀텀에너지연구소가 국제 학술지 ‘APL 머티리얼즈’에 제출한 논문에서 화학식이 바뀌었다는 것을 처음 알렸다. 당시 공개된 화학식은 이번 학회에서 포스터 발표하는 PCPOSOS와 동일하다.
권 교수는 “퀀텀에너지연구소는 내가 자신들의 연구를 베꼈다고 하지만 정작 본인의 물질 조성을 바꿔 발표했다”며 “관련 특허도 기존 화학식을 바탕으로 낸 만큼 새로운 물질이 된 것에 대해서는 인정받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학회 발표가 정식 논문 출판과는 무관하다. 이런 이유로 국내 연구진의 상온 초전도체 개발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학회 발표는 동료 검증을 거치는 논문 출판과 달리 초록만 제출하더라도 기회가 주어진다. 실제로 퀀텀에너지연구소가 지난해 8월 APL 머티리얼즈에 발표한 논문은 아직 발표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