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민균

한국의 과학기술 수준이 최고기술 보유국인 미국에 비해 3.2년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2년 전 조사보다 격차를 0.1년 줄였지만, 중국에 추월당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9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제57회 운영위원회를 개최하고 ‘2022년도 기술수준평가 결과’를 심의·의결했다. 과기정통부는 과학기술기본법에 따라 국가적으로 중요한 핵심기술 136개를 선정해 2년마다 주요 5개국(한국, 미국, EU, 일본, 중국)을 대상으로 기술수준과 기술격차를 점검하고 있다. 논문과 특허 분석을 통한 정량분석과 전문가 1360명을 대상으로 한 정성평가를 합친 방식이다.

평가 결과를 보면 전체 대상 기술 수준은 미국이 최고 수준이었고, EU(94.7%), 일본(86.4%), 중국(82.6%), 한국(81.5%)의 순으로 평가됐다. 2020년과 비교해 한국의 기술수준은 1.4%P 높아지고, 미국과의 기술격차는 3.3년에서 3.2년으로 0.1년 단축됐다.

하지만 2020년 조사에서 한국보다 기술수준이 낮았던 중국이 이번 조사에서는 한국을 1.1%P 차이로 떠돌리고 위로 올라섰다. 중국이 기술수준에서 한국을 제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은 2016년 이후 기술수준이 계속해서 하락세다. 미국의 발전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것이다.

50개 국가전략기술만 놓고 보면 중국은 이미 일본까지 넘어섰다. 50개 국가전략기술에서도 미국이 최고 수준을 유지한 가운데 EU(92.3%), 중국(86.5%), 일본(85.2%), 한국(81.7%)의 순으로 기술수준이 나타났다. 12대 국가전략기술 가운데 한국이 최고 기술을 보유한 건 이차전지가 유일했다. 이차전지에서는 일본이 한국과의 기술격차 0.1년으로 바짝 뒤를 쫓고 있고, 중국은 0.9년의 차이가 났다.

우주항공·해양 분야의 경우 한국과 미국의 기술격차가 11.8년으로 나타나 투자가 시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과기정통부는 “우주항공·해양 분야는 본격·독자적인 심우주 탐사를 위한 출발 단계로 중장기적 관점의 개발계획을 지속하고, 국제연구개발 참여를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11대 분야별로 보면 한국은 9개 분야에서 기술수준이 높아졌고, 2개 분야에서는 하락했다. 기술수준이 하락한 분야는 우주‧항공‧해양, ICT‧SW다. 과기정통부는 우주·항공·해양 분야 기술이 대형 다단연소 사이클엔진, 우주 관측 센싱, 달착륙·표면 탐사, 첨단 항공 가스터빈 엔진 부품 등 미래·도전적인 국가전략기술로 대부분 변경된 영향으로 기술수준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ICT‧SW도 한국의 기술력이 떨어지는 양자컴퓨팅, 양자센싱, AI인프라 고도화 같은 기술이 평가 결과에 반영되면서 기술수준이 낮아졌다.

한편 이날 열린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운영위원회에서는 ‘2024년도 국방과학기술혁신 시행계획’ ‘2024년 범부처 통합연구지원시스템(IRIS) 추진계획’ ‘2022년도 정부 R&D 특허성과 조사 분석 결과’도 함께 심의·의결했다. 과기정통부는 최근 먹통 사태를 겪었던 범부처 통합연구지원시스템에 대해서는 시스템 처리 속도 개선과 방지대책 마련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