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행성에 우주선을 일부러 충돌시킨 인류 최초의 실험이 소행성의 궤도뿐 아니라 형태도 바꿨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구를 위협하는 소행성 충돌에 대비해 소행성 내부 구조에 대한 연구 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사비나 라두칸 스위스 베른대 교수가 이끄는 국제 연구진은 27일 “다트 우주선과 소행성 디모르포스의 충돌이 크레이터를 만드는 대신 소행성의 형태를 재구성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는 스위스와 함께 미국,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 체코, 영국 등 7개국 연구진이 함께 참여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2021년 11월 스페이스X의 로켓 팰컨9에 특별한 우주선을 실어 발사했다. ‘다트(DART)’라는 이름의 이 우주선은 혹시 모를 소행성의 지구 충돌에 대비하기 위한 ‘쌍소행성 궤도 수정 시험(다트)’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개발됐다.
다트 임무는 소행성에 우주선을 충돌해 소행성의 궤도를 바꿀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목표다. 시험 대상은 두 개의 소행성이 서로에게 이끌려 공전하는 쌍소행성 디모르포스와 디디모스다. 다트 우주선은 2022년 9월 디모르포스와 충돌해 공전 주기를 33분 단축하면서 예상보다 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나사가 예측한 우주선 충돌로 인한 공전 궤도 단축 시간은 10분 가량이다.
연구진은 다트 우주선의 충돌 당시 데이터를 이용해 디모르포스의 물리적 특징과 변화를 다시 분석했다. 이번 연구에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제작한 시뮬레이션을 이용했다.
시뮬레이션 결과 다트 우주선이 디모르포스에 충돌하면서 크레이터가 만들어지는 대신 소행성의 전체 구조가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우주에 존재하는 소행성, 행성, 위성에서는 다른 물체가 충돌하면서 분화구가 흔히 발견되지만 이번 실험에서는 크레이터를 남기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다만 충격으로 인해 소행성의 전체적인 형태가 바뀌었을 가능성이 확인됐다. 가령 지구에 충돌한 소행성이 거대한 분화구를 만드는 대신 지구의 형태를 바꾼 것과 같은 효과다.
이같은 현상이 일어난 이유는 특이한 디모르포스의 형성 과정 때문으로 나타났다. 디모르포스는 다른 소행성인 베누, 류구와 비슷한 응집 강도로 구성된 것으로 분석됐다. 일반적인 소행성보다 지반이 무르다는 의미다. 소행성 내부의 물질이 우주선 충돌로 인한 충격에 의해 요동치면서 표면을 덮었다는 것이 연구진의 분석이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소행성의 지구 충돌 위협을 막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단순히 우주선으로 소행성의 궤도를 바꿀 수 있는 것을 확인하는 것을 넘어서 소행성 내부가 다양한 특징을 나타내고 우주선 충돌 효과가 예상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디모르포스는 다른 쌍소행성인 디디모스에서 떨어져 나온 물질로 약하게 만들어진 소행성일 가능성이 있다”며 “다트 임무가 단순히 소행성 궤도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넘어서 소행성 내부 구조와 그 특성이 충돌 결과에 미치는 영향도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디모르포스는 다트의 후속 임무인 유럽우주청(ESA)의 헤라(HERA) 임무로 다시 한번 정밀 분석이 이뤄질 예정이다. 헤라 임무는 영상 촬영 위성을 디모르포스 인근에 발사해 다트 충돌 과정을 관찰하는 임무다. 당초 다트 임무보다 일찍 위성을 발사해 충돌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계획이었으나 예산 문제로 올해 10월로 지연됐다. 2년 뒤인 2026년 디모르포스에 도착해 본격적인 임무를 시작할 예정이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천문학’에 이날 발표됐다.
참고자료
Nature Astronomy, DOI: https://doi.org/10.1038/s41550-024-02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