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우주사업부장이 지난 20일 경남 창원에 있는 창원1사업장에서 "누리호는 뉴스페이스 관점에서 상업성이 떨어지는 발사체"라며 "많은 화물을 운송할 수 있는 성능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형발사체 누리호가 상업적 경쟁력을 가지려면 현재 발사장이 아닌 새로운 발사장이 필요하다는 업계 제안이 나왔다.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상업용 발사체를 쏘는 데는 제약 요건이 많아서 발사가 용이한 해상 발사 기술을 확보해 운송 궤도를 다양화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준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 우주사업부장(상무)은 지난 20일 경남 창원에 있는 창원1사업장에서 우주사업 현황을 소개하며 “한국은 지리적으로 아무리 좋은 발사체를 만들어도 근본적 한계가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해상 발사를 통해 제주 남쪽에서도 발사가 가능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국형발사체 체계종합기업으로 앞으로 남은 누리호의 시험 발사를 주관할 예정이다. 누리호 기술을 이전받아 상용화도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내년 10월로 예정된 4차 발사를 위한 엔진 조립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진행 중이다.

국내 우주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누리호 기술을 민간 기업에 이전한다는 계획이지만, 전문가들은 누리호의 상업적인 경쟁력은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누리호의 화물 운송능력은 1.9t 수준으로 현재 발사체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스페이스X의 발사체 ‘팰컨9′의 10분의 1 수준이다. 팰컨9은 재사용도 가능해 가격 경쟁력에서 누리호에 비해 월등하다.

4차 우주개발진흥계획에 따르면 2028년 국내 위성 발사 수요는 연간 50건에 달한다. 그러나 1주일에 2번씩 발사하는 팰컨9로도 전 세계 위성 발사 수요를 충족하지 못해 발사 대기에만 2~3년이 걸린다. 국내 위성 산업의 육성을 위해서는 한국도 상용 발사체를 확보해야 한다는 의미다.

문제는 발사 궤도다. 위성은 지구 주변을 공전하는 데, 지구와 같은 주기로 도는 정지궤도, 지구의 남북 방향으로 공전하는 태양동기궤도를 비롯해 다양한 방식이 있다. 현재 나로우주센터가 있는 전남 고흥에서는 남쪽 방향으로만 발사체 발사가 가능하다 서쪽으로는 서남해 다도해 섬과 제주도가 있고 동쪽으로는 일본이 있어서 안전 문제로 발사가 어렵다. 이 때문에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된 위성은 태양동기궤도에만 안착할 수 있다.

이 사업부장은 “대각선 방향으로 발사하는 경사궤도를 가진 위성이 많지만 현재 국내 사정에서는 발사체가 중간에 경로를 바꿔야 한다”며 “이렇게 되면 연료 소모가 커 상용 발사 시장에서는 경쟁력이 크게 떨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제주도로 발사장을 옮기면 일본을 피해 동남쪽으로 대각선 방향 발사도 가능해지지만 이마저도 위성 궤도의 다양성을 높이기에는 부족하다. 이 사업부장은 대안으로 해상 발사 기술을 꼽았다. 해상 발사가 가능하다면 제주 남쪽 바다에서 발사해 다양한 궤도의 위성을 쏠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는 “적도로 가까워질수록 발사에 필요한 힘이 작아지는 효과도 있어 기존보다 더 많은 화물을 실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며 “누리호가 제주 남해상으로 가면 지금보다 3~4배 많은 화물을 싣는 것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아직 누리호에 적용할 수 있는 해상 발사 기술은 개발되지 않은 상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정부와 협력해 누리호의 해상 발사 기술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5월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는 누리호. 누리호는 한국을 1톤(t)급 위성을 독자 기술로 쏘아올린 7번째 국가에 오르게 했다. 누리호 기술을 이전 받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화물 운송 능력을 통해 상업화까지 달성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해외 발사장도 효과적인 대안이다. 정부에서는 인도네시아, 태국과 발사장 설립을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방위산업 제품 수출을 통해 우호적인 관계를 맺은 호주와 협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부장은 “해상 발사 기술을 확보하거나 해외 발사장을 이용하면 더 많은 발사 수요를 충족할 수 있다”며 “그만큼 경쟁력을 더 확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누리호 성능 개선을 통한 경쟁력 확보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도 차세대 발사체를 개발하거나 누리호를 대형화해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며 “지금도 대부분 위성을 해외 기업에 의뢰해 발사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누리호의 상업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화물 운송 능력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사업부장은 “누리호는 당초 다목적실용위성을 쏘아올리기 위해 설계됐으나 위성 개발 과정에서 크기가 커지면서 누리호에 실을 수 없게 됐다”며 “누리호의 화물을 싣는 페어링을 대형화하고 엔진 성능 개선, 경량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같은 누리호의 성능 개선을 국가 연구개발(R&D) 사업으로 추진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단순히 연구비를 지원받기 위한 사업이 아닌 정부 인프라(기반 시설)를 활용하기 위해서다. 이 사업부장은 “정부 사업이라고 해도 대기업은 연구비의 40~50%를 직접 투자해야 한다”며 “우주항공청이 설립되면 적극적으로 협의해 과제화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발사체 생산 시설에 투자해 생산 단가도 낮춰 누리호의 상업 경쟁력을 높인다는 구상도 내놨다. 전남 순천에 ‘스페이스 허브 발사체 제작센터’를 만들고 동시에 4대의 발사체를 조립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춘다는 전략이다. 이 사업부장은 “차세대 발사체 사업에도 참여해 소형부터 대형 위성까지 발사할 수 있는 라인업을 갖추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