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익 연세대 의대 박사후연구원. 현재 연세대 내 에비슨 의생명 연구센터에서 미토콘드리아 DNA의 교정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홍아름 기자

“첫 성과를 기준으로 하면 한국은 유전자 교정에서 수준이 낮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정말 세계적인 수준이 되려면 새로운 도약이 필요합니다.”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 심포지엄에서 만난 조성익 연세대 의대 박사후연구원은 “한국이 유전자 교정 분야를 이끄는 국가가 되려면 기초 연구뿐 아니라, 유전자 가위를 활용한 산업 분야 연구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조 연구원은 3세대 유전자 교정 분야의 권위자인 김진수 전 서울대 교수의 제자로 에너지를 담당하는 소기관인 ‘미토콘드리아’의 유전자를 편집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지난 2022년에 이어서 올해에도 생물학 분야의 최고 권위 국제 학술지 셀(Cell)에 연구 결과를 내면서 세계가 주목하는 유전자 교정 분야의 차세대 리더로 손꼽힌다. 이번 심포지엄을 개최한 구본경 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은 “조 연구원은 유전자 교정 분야에서 손꼽히는 젊은 연구자로, 최근 눈에 띄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연사로 초청했다”고 밝혔다.

세포핵의 DNA 편집과 달리 미토콘드리아와 같은 소기관의 유전자 교정은 아직 연구 초기 단계다. 핵 유전자는 상대적으로 암이나 비만, 고혈압 등 잘 알려진 질병들과 관련 있기 때문에 많은 연구가 이뤄졌다. 반면 세포 소기관들은 핵 DNA와 비교하면 유전자의 양이 적다 보니 연구가 아직 활성화하지 못했다. 하지만 미토콘드리아 DNA 역시 일부 돌연변이가 유전병을 일으키기도 한다. 조 연구원은 “미토콘드리아가 에너지를 담당하다 보니, 돌연변이가 생기면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뇌가 변성되거나 근육 위축증, 시력 상실이 나타난다”며 “미토콘드리아 DNA에 의한 유전병은 희소하지만 극심한 질병으로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조 연구원은 미토콘드리아 DNA의 돌연변이에서 염기를 하나만 바꿔도 90%의 유전병을 고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염기 하나를 골라 교정하는 염기교정기술(TALED)을 개량해 정확성도 높였다. 조 연구원은 “염기 교정 기술은 더 정교해지고, 사람에게 쓸 수 있을 정도로 안전해져야 한다”며 “미토콘드리아 DNA 교정은 초기 단계인 만큼 밝혀지지 않은 메커니즘을 연구해 유전자 교정 기술의 활성을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 연구원에게 유전자 교정 분야의 전망을 묻자 “관련 기술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으나, 기본 기술들은 이미 나왔고 더 개량할 수 있는지 논란이 있다”고 설명했다. 효율을 높인 4세대 유전자 교정 기술 ‘프라임 에디터’까지 나오면서 기초 기술들은 거의 포화상태라는 것이다. 조 연구원은 “염기 교정이나 프라임 에디팅 같은 기술은 기존에 없던 기술이라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현재 개발될 것이라 예상한 기술들은 거의 다 나온 것 같고, 앞으로는 이러한 기술을 원하는 조직 적재적소에 전달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조 연구원은 유전자 교정 분야에서 한국의 위상을 묻는 질문에 “원천기술을 기준으로 하면 한국이 아직은 분야를 이끄는 리더가 아닌 패스트 팔로워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조 연구원은 “실제로 특허분쟁에 있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을 제외하면 외국에서 따라 할 만한 새로운 유전자 편집 기술은 많지 않다”며 “관련 국내외 특허 분쟁을 봐도 한국 연구자가 언급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세포소기관을 위한 TALED와 같은 기술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 연구원은 유전자 교정 기술이 어느 정도 포화된 상황에서, 한국도 중개 의학이나 치료제 개발에 힘써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 연구원은 “환자에게 치료법을 적용하고 임상 데이터를 쌓아 신약으로 쓸 수 있는 가능성을 파고들어야 한다”며 “동시에 유전자 교정 기술을 개량하고 메커니즘을 이해하려는 근본적인 과학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유전자 교정 기술을 적극 활용하는데 필요한 국내 인프라나 제도는 아주 부족한 상황이다. 조 연구원은 “외국 학계는 유전자 교정을 위한 센터를 만들고 있고, 산업에서는 많은 바이오 벤처들이 생겨나 임상시험을 앞두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큰 움직임이 없는 상태”라며 “이대로라면 산업 쪽에서도 크게 뒤처질 수 있어 제도나 인프라 측면에서도 개선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Cell(2022), DOI: https://doi.org/10.1016/j.cell.2022.03.039

Cell(2024), DOI: https://doi.org/10.1016/j.cell.2023.11.0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