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의 공공기관 지정을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가운데 기초과학연구원(IBS)은 검토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확인됐다. 출연연이 공공기관에서 해제되더라도 국내 기초과학 연구를 이끄는 IBS는 여전히 공공기관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30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이달 31일 열리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논의될 공공기관 지정 해제 안건에서 IBS가 제외될 예정이다. 이번 공운위에서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산하 25개 출연연에 대한 공공기관 지정 해제 검토만 이뤄진다.
IBS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는 IBS도 공공기관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의견을 계속 전달해 왔다”면서 “이번에는 검토 대상에서 빠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IBS는 2011년 설립된 정부출연연구기관으로 국내 과학계의 기초과학 연구를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당시 정부가 추진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사업의 핵심 기관으로 대학에서는 마련하기 어려운 대형 연구 시설을 구축하는 인프라(기반시설) 허브 역할과 동시에 세계적인 수준의 기초과학 연구 성과를 내고 있다.
문제는 IBS도 과기연구회 산하 25개 출연연과 마찬가지로 공공기관으로 지정돼 각종 규제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가령 공운법에 따르면 공공기관은 매년 ‘고객만족도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다른 공공기관과 달리 연구기관도 이런 조사에 매년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와 행정에 집중해 성과를 내야하는 연구자들과 행정직원들이 공공기관에 적용하는 규제에 가로막혀 있다는 지적이다.
IBS 관계자는 “유연한 조직 운영을 위한 특별채용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는 최근 이같은 규제를 개선하고 연구 성과를 강화하기 위해 출연연의 공공기관 지정 해제를 추진하고 있다. 이달 15일 과기정통부는 과기연구회 산하 출연연에 ‘출연연 공공기관 지정 해제시 개선사항 및 관리방안’이라는 문서를 배포하고 의견을 수렴했다. 과학기술계에서는 이달 말 열리는 공운위에서 출연연의 공공기관 지정 해제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에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비롯한 4대 과학기술원을 공공기관에서 해제하기도 했다.
다만 이번 공운위에서 IBS의 공공기관 해제는 다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가 IBS에 대한 의견을 기획재정부에 전달하지 않으면서 안건에 이름조차 올리지 못하게 됐다. 공운위에서 심의하는 안건은 기재부가 선정하나, 각 부처에서 전달받은 의견을 바탕으로 안건을 작성한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실무자 수준에서 IBS의 공공기관 해제에 관한 이야기는 나누고 있으나 이후 운영 방안에 대해서는 검토가 더 필요한 상황”이라며 “다른 출연연을 우선 추진하고 IBS도 차차 공공기관 지정 해제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IBS도 차차 공공기관 지정 해제를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IBS 내부에서는 올해가 아니라면 기회가 다시 오지 않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 나온다. 과학계가 2008년 이후 10년 넘게 요청했던 규제 개선이 비로소 이뤄지는 만큼 이번 기회에 IBS도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IBS 관계자는 “지난해 4대 과학기술원에 이어 올해 과학기술연구회 소속 출연연의 공공기관 지정이 해제되면 IBS만 유일하게 과학기술 연구기관 중 공공기관으로 남는다”며 “IBS의 공공기관 해제가 언제 다시 이뤄질 지 기약 없는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IBS는 국내 연구기관 중 가장 세계적인 연구를 하고 있고 성과도 뛰어나다”며 “결국 12대 국가전략기술도 탄탄한 기초과학에서 확보되는 만큼 세계적 수준의 연구 경쟁에서 앞서나갈 수 있는 규제 개선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