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인트 가루 독성을 밝혀낸 김태영 광주과학기술원(GIST) 지구·환경공학부 교수(오른쪽)./광주과학기술원

국내 연구진이 일상에서 널리 쓰이는 페인트가 수십 년 후에도 땅에 남아 생태계를 위협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은 김태영 지구·환경공학부 교수 연구팀이 페인트에 분산제 성분이 수십 년 후에도 토양 생태계를 위협하고 번식을 억제하는 생식독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국제 공동 연구로 확인했다고 9일 밝혔다.

유럽 화학물질청에 따르면 페인트는 토양으로 유입되는 미세플라스틱 중 타이어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미세플라스틱은 플라스틱이 분해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5㎜ 이하 1㎚(나노미터·1㎚는 10억 분의 1m)의 알갱이로 다양한 경로를 통해 생명체에 흡수되고 있다.

연구팀은 건물 외벽이 오래돼 발생하는 페인트 가루가 토양 생물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했다. 1950년대 외벽 페인트가 남아있는 독일 폐가 주변에서 땅에 떨어진 페인트 조각을 모아 잘게 부순 후 가루 크기에 따라 5개 그룹으로 분류해 예쁜꼬마선충에 독성 실험을 했다. 예쁜꼬마선충은 1㎜ 크기의 작은 생물로, 농작물에 영양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실험 결과, 페인트 가루는 예븐꼬마선충의 번식을 억제하는 생식독성을 가졌다. 독성 세기는 페인트 가루 색깔과 크기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페인트 가루가 토양 무게의 1% 섞였을 때 예쁜꼬마선충의 자손 수는 최대 60% 줄었다.

원인은 페인트에 분산제로 들어가는 알킬아민(Alkyl amines)이다. 분산제는 물과 기름처럼 원래 섞이지 않는 물질을 섞기 위해 넣는 물질을 말한다. 연구팀은 분산제로 사용되는 알킬아민이 토양에 25ppm 들어가면 예쁜꼬마선충의 번식이 현저하게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김태영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외벽 페인트가 수십 년 뒤에도 토양 독성을 가진다는 증거”라며 “페인트 특성을 고려해 페인트 첨가제에 대한 규제 정책을 보완하고, 첨가제를 보다 안전한 물질로 대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았다. 연구성과는 미국화학회가 발간하는 국제학술지 ‘환경과학과 기술(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에 2023년 12월 21일 온라인 게재됐다.

참고자료

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 DOI: https://doi.org/10.1021/acs.est.3c071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