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배 퀀텀에너지연구소 대표가 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양자산업융합선도단 비전 선포식에서 상온·상압 초전도체 연구 사업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그는 이날 행사에서 권영완 고려대 교수와의 분쟁, 초전도성의 진위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특허, 논문 문제가 있어 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연합뉴스

상온·상압 초전도체 논란의 중심에 있는 이석배 퀀텀에너지연구소 대표가 언론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작년 7월 논문 사전 공개사이트인 아카이브에 LK-99 논문을 공개한 지 반 년 만이다. 이 대표는 LK-99가 초전도체가 맞는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다른 질문에는 대부분 입을 닫았다.

이 대표는 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신촌캠퍼스에서 열린 양자산업융합선도단 비전선포식에 참석해 “초전도체는 항상 물질이 개발된 후 관련한 이론 연구가 뒤따랐다”며 “LK-99는 상온 초전도체가 맞지만 이를 설명할 이론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 7월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아카이브(arXiv)에 논문을 발표한 이후 조선비즈와의 인터뷰를 제외하고 계속해서 언론 노출을 피해 왔다.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LK-99 연구 과정과 국제 학술지 ‘APL 머티리얼즈’에 논문 투고 과정을 소개한 이 대표는 “상업화 연구를 위해 양자산업융합선도단과 공동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양자컴퓨터를 이용해 LK-99의 상온 초전도성을 설명할 이론을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 연구진이 이미 상온 초전도체를 개발하기 위한 보이지 않는 경쟁을 하고 있다”며 “상용화를 위해 한발 앞서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자산업융합선도단을 이끄는 이학배 연세대 교수는 “올해 6월 양자컴퓨터를 도입해 신소재, 바이오 연구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퀀텀에너지연구소와 협력은 그 첫번째 시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LK-99를 둘러싼 권영완 교수와의 특허 분쟁이나 국내외의 LK-99 검증 결과에 대해서는 답을 하지 않았다. 특허 분쟁이 잘 해결됐냐는 질문에 대해 김 대표는 “오늘 이야기할 주제는 아니다”며 “나중에 따로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최근 권 교수가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 LK-99 연구 성과가 자신의 성과라고 주장한 데 대해 침묵을 지킨 이유에 대해서도 “분쟁이 해결될 때까지 인내가 필요한 상황”이라고만 답했다.

과학계에서 LK-99를 상온 초전도체가 아닌 강자성체라고 내린 결론에 대해서도 그간 실험 데이터를 통해 상온 초전도성이 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지난달 LK-99 검증위원회는 “LK-99가 상온 초전도체라는 근거를 찾을 수 없다”며 “상온에서 비정항 값이 급격히 변하는 현상을 불순물에 의한 상전이 결과로 판단된다”고 결론 내린 바 있다.

이 대표는 “이미 상온에서 상전이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데이터를 갖고 있다”며 “이런 내용은 현재 심사가 진행 중인 논문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질문이 이어지자 아직 논문이 나오지 않았고, 특허에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답을 피했다. 전기저항 값이 초전도체처럼 보이지 않는다거나 LK-99와 비슷한 특성을 보이는 물질 중 초전도체가 아닌 사례가 있다는 지적에 대한 질문에는 이학배 교수가 대신 나서 “특허와 관련된 부분인 만큼 답변할 수 없다”며 “오늘 이 자리는 LK-99와 관련해 불필요한 잡음을 줄이고 상용화 연구를 위한 선포식”이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