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8일 첫 민간 달 착륙선 ‘페레그린’ 발사를 앞두고 달의 자원을 무분별하게 채취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향후 달 착륙선이 수십 수백 대씩 발사되면 연구와 자원 개발로 인해 분화구 내 해빙 같은 귀중한 자원이 손상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페레그린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이 지원하고 미국 우주기업 아스트로보틱스가 개발한 첫 민간 달 착륙선이다. 이달 8일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 우주군기지에서 차세대 로켓 ‘벌컨’에 실려 발사될 예정이다. 내달 23일께 달에 무사히 착륙하면 민간 우주선으로서는 최초가 된다.
나사 연구진은 달에 착륙한 페레그린으로 달의 광물과 물, 기타 자원을 채취하고 조사해 영구적으로 거주 가능한 기지를 짓기 위한 발판을 마련할 예정이다. 달 기지를 지으면 나중에 화성 등 심우주 탐사를 가기 전 중간기지로 활용할 수 있다.
페레그린이 성공하면 앞으로 수많은 민간 달 착륙선이 달에 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달을 무제한적으로 이용하려는 시도가 결국 과학 유적지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힐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마틴 엘비스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학센터 연구원은 6일(현지 시각) 영국 가디언에 “이는 긴급한 문제”라며 “지금의 결정이 달에서 미래에 일어날 일을 결정하기 때문에 지금 이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가 우주 채굴과 자원 채취에 대해서는 아무 언급이 없다고 경고한 이후 국제천문연맹은 행성 간 자원 보호를 위한 법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 업무를 진행하는 리처드 그린 미국 애리조나대 천문학과 교수는 “달 기지를 지어서는 안 된다는 얘기가 아니”라며 “달에는 기지로서 유명한 곳들이 있고 이들 중 일부는 과학적으로도 보존 가치가 매우 뛰어난 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광산과 기지를 건설할 때 매우 조심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그린 교수는 수십억 년 전 달이 형성된 이후 다른 천체와 부딪히며 생긴 깊고 커다란 달 충돌구를 예로 들었다. 그는 “이런 충돌구들은 햇빛이 바닥까지 닿은 적이 없어서 절대 영도와 비슷하게 추울 것”이라며 “지속적으로 냉각해야 하는 적외선 망원경 같은 과학장비를 수용하는 데 매우 이상적인 장소”라고 말했다.
문제는 충돌구에는 달 형성 초기에 얼고 지금까지 증발하지 않은 초저온 물(얼음)이 남아 있을 수 있다는 점이라고 그린 교수는 지적했다. 과학자들은 이를 분석하면 달과 지구의 형성 과정은 물론, 지구에 물이 생긴 기원, 물이 생명 출현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등을 알 수 있다고 본다. 이처럼 과학적으로 귀중한 가치가 남아 있는 곳이지만 달 기지 건설지로도 매우 매력적이기 때문에 달을 개척할수록 이런 곳들이 훼손될 위험이 크다는 뜻이다.
지구에서 쏟아지는 무선 전파로부터 자유로운 달 뒷면도 마찬가지다. 이곳은 초기 우주에서 나오는 전파를 간섭 없이 감지하고 은하계가 형성된 초기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찾는 거대 망원경을 세우기에 이상적이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해 여러 나라가 달 표면을 돌아다니는 로봇탐사선(로버)이나 다른 탐사 장비를 제어하기 위해 달 주위를 정기적으로 공전하는 인공위성을 띄울 계획이다. 그러면 달 뒷면이라도 인공위성으로부터 쏟아지는 무선 전파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이달 8일에 발사되는 ‘페레그린’ 미션이 성공하게 되면 그 뒤를 이어 수십 수백대나 되는 민간 달착륙선이 달로 갈 것으로 예상한다. 이 중에는 달의 남극이나 분화구, 뒷면 등을 돌아다니며 자원을 채취하거나 기지를 짓는 업무를 하는 것들도 많을 전망이다.
또한 올해 말에는 우주비행사 4명을 직접 달 궤도에 보내는 아르테미스 계획도 예정돼 있다. 민간 달 탐사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기 전에 달 자원을 이용하는 방법에 대한 규제가 반드시 구체적으로 결정돼야 한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