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탐사 계획을 공유하고 협력을 논의하기 위해 한국에 모인 전 세계 우주 기관 수장들이 우주항공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우주 분야 연구개발에 국제협력이 필수적인 만큼 우주항공청 설립을 서둘러야 한다는 의미다.
국제우주탐사조정그룹(ISECG)은 8일 인천 송도에서 ‘2023년 대면 회의’ 기자간담회를 열고 전 세계 우주탐사 분야의 올해 성과와 향후 계획을 밝혔다. ISECG는 이달 4~6일 대전 기초과학연구원(IBS) 과학문화센터에서 워크숍을, 7~8일 인천 송도에서 우주 기관 고위급회의를 가졌다.
2007년 설립된 ISECG는 국제협력을 통한 우주개발을 활성화하기 위해 26개국 27개 우주 기관이 모여 만든 협의체다. 한국에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대표로 참여했고, 미 항공우주국(NASA)과 유럽우주국(ESA),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인도우주연구기구(ISRO) 등이 회원으로 있다.
올해 회의에서는 내년에 발표할 ‘글로벌 우주탐사 로드맵(GER)’이 주로 논의됐다. ISECG는 2018년부터 지구 저궤도부터 달, 화성으로 이어지는 심우주 탐사를 위한 로드맵을 마련해왔다. GER이 발표된 2018년과 내년 사이 우주탐사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살펴보고, 우주탐사 계획의 발전 방향을 공유한 것이다.
우주 기관 수장들이 간담회에서 국제공조를 특히 강조했다. 회원국들이 보유한 기술을 공개하고 기술 간 시너지를 고민하면서 우주탐사 분야의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나아가 우주탐사로 발생하는 경제적 가치와 혜택을 각국이 공유하고, 비용과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도 말했다.
ISECG의 의장을 맡은 다니엘 노이엔슈반더(Daniel Neuenschwander) 유럽우주국(ESA) 무인·유인탐사 책임자는 “우주탐사 관련 조정그룹인 ISECG는 2018년엔 참여국이 14개국이었지만, 26개국이 참여하고 있다”며 “전 세계 간의 협의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 때문에 이뤄진 일”이라고 말했다.
특히 우주탐사에서 한국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도 짚었다. 노이엔슈반더 ESA 책임자는 “특히 한국은 다누리(KPLO)를 중심으로 달 탐사에 참여하기 위해 노력했고, 뛰어난 성과를 공유했다”며 “한국은 다양한 방면에서 단기간에 얼마나 획기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지 긍정적인 점을 보여준 국가”라고 강조했다.
다만 국제협력이 절실한 상황에서 우주항공청이 없는 것은 아쉬운 대목으로 꼽혔다. 짐 프리(Jim Free) 미 항공우주국(NASA) 탐사시스템개발임무국 부책임자는 “한국도 국제협력을 위해 어떤 임무를 수행해나갈 것인지 스스로 정해야 한다”며 “NASA도 완벽하지 않고 놓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우주청끼리 정책을 결합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사사키 히로시(Sasaki Hirosh)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우주비행기술연구 부책임자도 “공동의 우주탐사 목표를 수립하는 것은 좋은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것을 기반으로 한다”며 “공동의 목표를 협의하는 데 있어서 주체가 있어야 여러 가지 옵션을 논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민간이 우주개발을 주도하는 ‘뉴스페이스(New Space)’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크리스티앙 랭(Christian Lange) 캐나다우주국(CSA) 우주탐사전략계획그룹 책임자는 “우주 분야 산업화의 중요성은 항상 강조되지만, 다양한 이해관계로 하나로 정의할 수 없다”며 “각국이 다양한 모델을 모아 논의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ISECG에 참여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와의 협력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프리 NASA 부책임자는 “우주에서 지구를 볼 때 국경을 보지 못한다”며 “지구적인 관점에서 보지 않는다면 같이 공조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