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분자 생명공학 연구소 연구진이 개발한 최초의 다중 챔버 오가노이드의 단면. 청록색은 심방 오가노이드, 흰색은 좌심실 오가노이드, 붉은색은 우심실 오가노이드다./Tobias Illmer, 오스트리아 분자 생명공학 연구소(IMBA)

심장 내부의 복잡한 구조를 닮은 장기 유사체(오가노이드)가 나왔다. 심장병 치료제 개발은 물론 독성학 연구나 심장 발달 이해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사샤 멘잔 오스트리아 분자 생명공학 연구소(IMBA) 책임연구원 연구진은 28일 국제 학술지 ‘셀’에 심장 질환과 발달을 연구할 수 있는 최초의 생리학적 심장 오가노이드(organoid) 모델을 개발했다고 보고했다. 오가노이드는 줄기세포를 장기와 유사하게 3차원 입체 구조로 배양한 것으로 인공 장기 또는 장기 유사체로 불린다. 심장 오가노이드는 줄기세포로 미니 심장을 만든 것과 같다.

심혈관 질환은 전 세계적으로 주요 사망 원인으로 꼽힌다. 전 세계적으로 태어나는 아기 50명 중 1명이 선천성 심장 결함을 앓을 정도로 치료법 개발이 시급하지만 관련 연구는 한계에 부딪힌 상황이다. 심장 질환이나 심장 기형을 이해하기 위한 인간 심장 전체의 생리학적 모델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심장은 좌심방과 좌심실, 우심방, 우심실의 4개 방으로 이뤄져 있어 재현이 쉽지 않다.

연구진은 2021년 인간 유도 만능 줄기세포를 사용해 방 모양의 오가노이드 심장 모델을 최초로 개발한 바 있다. 다만 4개 방 중에 좌심실의 발달 과정만 재현하는 데 그쳤다. 이후 2년이 지나서 연구진은 좌심실과 우심실, 심방을 각각 닮은 오가노이드 모델을 개별적으로 도출한 뒤, 모든 오가노이드를 함께 개발해 심장의 복잡한 구조를 반영하는 심장 모델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함께 개발한 좌심실과 우심실, 심방의 오가노이드에서 전기 신호가 심방에서 좌심실, 우심실로 퍼지는 것을 확인했다. 멘잔 연구원은 “모든 심실을 재현한 인간 심장 모델에서 기본적인 신호 전달 과정을 처음으로 관찰했다”고 밝혔다.

이어 기형 유발 물질과 유전자 돌연변이가 심실이나 심방의 수축 패턴에 어떤 영향을 살피는지 연구했다. 현재까지 알려진 기형 유발 물질인 탈리도마이드와 레티노이드 유도체는 태아에게 심장 결함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한 오가노이드에서도 두 물질이 결함을 일으키는 것을 확인했다. 비슷한 방식으로 심장 발달 과정에 관여하는 유전자의 돌연변이도 심방 특이적 결함을 일으켰다.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한 심장 오가노이드는 기형 유발 물질의 독성학 연구와 심장 발달 이해를 위한 스크리닝 플랫폼으로 사용할 수 있다”며 “심방부정맥과 같은 인간 심장 질환이나 심실, 심방의 결함을 치료하기 위한 신약 개발에 사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참고 자료

Cell(2023), DOI: https://doi.org/10.1016/j.cell.2023.10.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