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케일파워 엔지니어들이 SMR을 연구하기 위해 사용하는 실물 크기 모형./A. CHO·SCIENCE

미국에서 최초로 지어질 예정이었던 소형모듈원자로(SMR) 프로젝트가 비용 문제로 중단됐다. 불어나는 비용에 전력 수요자를 확보하지 못한 탓이다. 두산에너빌리티와 삼성물산 등 투자에 나섰던 국내 기업들의 타격도 예상된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10일(현지 시각) 미국 서부 7개주 전력 시스템 연합인 유타주립전력공사(UAMPS)가 미국 SMR 업체 뉴스케일 파워와 함께 추진하던 SMR 발전소 프로젝트(CFPP·탄소 없는 전력 프로젝트) 관련 계약을 철회하기로 상호 합의했다고 밝혔다. CFPP는 미국 아이다호국립연구소 주변에 첫 SMR 발전소를 짓는 프로젝트다.

SMR은 기존 원자로를 작게 축소한 모듈 형태의 원자로다. 전기 출력이 300메가와트(MWe)급 이하다. 작은 규모로도 전력을 생산할 수 있어 경제성이 큰데다, 모듈 형태로 기존 원자로보다 훨씬 안전하다.

뉴스케일파워는 미국 에너지부의 지원을 받아 SMR을 개발하는 기업이다. 2020년에는 업계 최초로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표준설계인증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부터 두산에너빌리티 등 국내 기업들도 CFPP에 투자를 했다. 원래는 올해 3월부터 SMR 주요 소재를 제작하고, 올해 말 원자로 제작을 시작해 2029년쯤 완공할 계획이었다. 한 호기당 77MW 급 SMR을 6대 설치해 총 462MW 전력을 생산하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발전 비용이 처음 예상했던 것보다 늘어나면서 사업이 무산됐다. 원전을 건설하는 데 드는 비용한 원래 예상보다 30억 달러 이상 늘어난 데다 전력을 공급할 때 필요한 비용 역시 예상보다 늘어날 것으로 분석됐다. 전문가들은 비용이 늘어난 이유로 전세계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원자재 상승, 발전소 건설을 위한 준비 미흡 등을 꼽았다.

UAMPS는 두 기관이 CFPP를 성공시키기 위해 상당히 노력했으나 여러 분석을 거쳐 이 프로젝트를 종료하는 것이 양측에게 모두 가장 좋은 결정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기업들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기업들 중에서는 두산에너빌리티가 2019년 뉴스케일파워에 지분투자를 했다. 지난 3월에는 원자로 모듈 제작에 필요한 주요 소재를 제작하는 계약을 맺기도 했다. 삼성물산도 2021년과 2022년에 걸쳐 지분을 투자했었다.

뉴스케일파워 주가는 이날 CFPP 사업 중단 발표 이후 20% 이상 급락했다. 뉴스케일파워 A종 보통주는 IBK투자증권과 두산에너빌리티 등 국내 기업이 64% 보유하고 있다.

국내 전문가들은 다른 SMR 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한국도 SMR을 탄소중립에 필요한 과제로 보고 국내 기업과 함께 올해부터 6년간 총 3992억원을 투자하는 ‘혁신형 소형모듈 원자로 기술개발 사업’을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