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온 초전도체인 루테튬 산화물. 크기가 1mm 정도이다. 압력을 가하면 파란 색에서 붉은 색으로 바뀐다고 '붉은 물체(red matter)'란 별명을 얻었다./미 로체스터대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가 실내 온도인 섭씨 20.5도에서 초전도 현상을 보이는 물질을 발견했다는 미국 연구팀의 논문을 철회했다.

네이처는 7일(현지 시각) “초전도 물질 발견 논문에 대한 과학계의 의심이 아직도 해소되지 않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는 미국 로체스터대 기계공학·물리학과 랑가 디아스(Ranga Dias) 교수 연구팀이 지난 3월 네이처에 발표한 ‘질소 주입 루테튬 수소화물’(NDLH)이라는 초전도체를 개발했다는 논문이다.

1911년에 처음 발견된 초전도체는 저항 없이 전기를 전도하는 물질을 뜻한다. 그러나 일상적인 조건에서 초전도체로 알려진 물질은 아직 없다.

디아스 교수 연구팀 논문은 자신이 개발한 NDLH라는 물질에 높은 압력을 가하면 실온에서도 초전도체 성질을 띠게 된다는 것이 골자였다.

연구팀은 NDLH이 초전도체가 될 때 분홍색으로 변한다면서 SF 영화 ‘스타트렉’에 등장하는 물질 ‘레드매터(reddmatter)’라는 별칭을 붙이기도 했다. 그러나 과학계는 디아스 교수의 논문에 의구심을 보였다. 논문에 주장된 내용이 다른 연구실에서 재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초전도체는 올해 국내 연구진이 LK-99라는 이름의 상온 초전도체를 발견했다고 주장하면서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서 화제가 됐다. 그러나 몇 주 안에 다른 과학자들이 초전도 관찰을 확인할 수 없었다는 연구가 나왔고, 사라졌다.

디아스 교수의 과거 연구 실적도 의구심을 키웠다. 네이처는 지난 2020년에도 초전도 현상을 보이는 별개의 물질을 발견했다는 디아스 교수의 논문을 발표했지만, 지난해 철회 결정을 내렸다.

또한 지난 7월에는 물리학 분야 국제학술지인 피지컬리뷰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가 디아스 교수의 또 다른 초전도체 관련 논문에서 데이터 조작이 발견됐다면서 철회를 결정했다.

디아스 박사의 과거 논문에 대한 표절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디아스 박스는 데이터 조작 등의 주장에 대해 결백을 주장했지만, 네이처 설득에 실패했다.

로체스터대는 디아스 박사의 연구 전반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디아스 교수는 언얼시머티리얼스(Unearthly Materials)라는 회사를 세우고 자신이 발견한 초전도체를 제품화에 나선 상태다. 디아스 교수 측은 이번 결정에 대해 더 독립적인 편집 과정을 갖춘 학술지에 해당 논문을 다시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