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머티즘성 관절염을 유발하는 여러 원인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 후보물질이 개발됐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현택환 나노입자 연구단 단장 겸 서울대 석좌교수 연구진이 김병수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정영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책임연구원 연구진과 공동으로 나노입자와 차세대 줄기세포 기술인 ‘나노 베지클’을 결합한 새로운 치료 후보물질을 개발하고, 동물실험을 통해 류머티즘성 관절염 치료 효과를 확인했다고 27일 밝혔다.
자가면역질환인 류머티즘성 관절염은 염증, 염증성 사이토카인 분비, 비정상적 면역 반응 등 다양한 인자들이 연관돼 생기는 질병이다. 이 중 일부 인자만 표적해 치료할 경우 일시적으로는 증상이 완화되지만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다른 인자에 의해 결국 증상이 다시 악화된다. 모든 발병 인자를 동시에 해결하는 복합 치료제 구현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지금까지 개발된 치료제는 단기적으로 증상 완화 효과를 보일 뿐 류머티즘성 관절염을 완치하지는 못했다. 질병의 진행을 억제하기 위해 치료제를 장기 투여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부작용도 문제였다.
연구진은 여러 원인을 동시에 해결하고, 비정상적 면역 체계를 회복시켜 스스로 질병을 치료할 수 있게 돕는 새로운 치료 후보물질을 제시했다. 연구진은 활성산소 제거 기능이 있는 세리아(산화세륨, CeO2) 나노입자와 줄기세포 유래 베지클을 결합한 세리아-줄기세포 나노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개발했다.
세리아 나노입자는 활성산소를 제거하고 염증을 완화해 선천면역을 정상화한다. 동시에 중간엽 줄기세포(mesenchymal stem cell)에서 추출한 베지클은 조절 T세포의 발현을 촉진하여 관절을 보호하고 후천면역을 조절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조절 T세포는 면역계가 정상세포까지 공격하는 자가면역 회복에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면역세포다.
연구진은 동물실험을 통해 나노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류머티즘성 관절염 치료 효과를 확인했다. 관절염을 유발시킨 실험 쥐의 관절에 나노 하이브리드 치료제를 주사한 결과 발 두께, 온도, 행동 등 증상이 완화되고 관절이 회복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세리아 나노입자와 베지클의 시너지 효과도 확인했다. 하이브리드 치료제를 투여한 경우 50일 경과 시점에서 세리아 나노입자나 베지클 단일 투여 대비 치료 효과가 월등히 좋았다. 추가 실험을 통해 질병이 완전히 유발되지 않은 초기 단계에서 하이브리드 치료제의 류머티즘성 관절염 예방 효과를 확인했다.
연구의 제1저자인 구사강 서울대 연구원은 “재료의 조합을 통해 다양한 기능을 부여할 수 있는 나노기술의 특징을 활용해 나노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설계했다”며 “즉각적 항염 효과를 보이는 세리아 나노입자에 조절 T세포를 통해 면역 관용을 회복시키는 베지클을 결합한 덕분에 치료에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었다”고 전했다.
연구를 이끈 현택환 단장은 “여러 발병 요인이 번갈아 문제를 일으키는 악순환을 끊고, 증상 완화와 면역 체계 회복을 동시에 노리는 근본적인 류머티즘성 관절염 치료가 가능해질 것”이라며 “향후 다양한 난치성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맞춤형 복합 하이브리드 시스템 개발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26일(현지 시각) 나노기술 분야 권위지인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Nature Nanotechnology)’ 온라인판에 실렸다.
참고 자료
Nature Nanotechnology(2023), DOI: https://doi.org/10.1038/s41565-023-01523-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