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구진이 원형 리보핵산(RNA)이 단백질을 만드는 새로운 과정을 찾았다. 선형 RNA보다 안정성이 높은 원형 RNA로 백신을 만들면 효능을 높이고 부작용은 줄일 수 있다./한국과학기술원

국내 연구진이 차세대 매신저리보핵산(mRNA) 백신 개발 가능성을 열었다. 기존 기술의 가장 큰 단점인 안정성을 높여 낮은 농도의 mRNA로도 뛰어난 효능을 내는 방식이다. 부작용이 일어날 가능성도 낮아 감염병 예방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김윤기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과학과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23일 원형 mRNA에서 단백질이 만들어지는 새로운 과정을 찾았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처음 개발된 mRNA 백신은 인체에 바이러스의 단백질을 만드는 RNA 조각을 넣어 면역력을 얻을 수 있게 돕는다. mRNA 백신에는 길쭉한 형태의 선형 mRNA가 사용되는데, 이같은 형태는 인체에서 매우 불안정하다는 단점이 있다. 백신의 효능을 높이기 위해서는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보조제를 넣거나 mRNA 조각을 높은 용량으로 사용해야 한다.

반면 동그란 형태의 원형 mRNA는 안정성이 높아 별다른 보조제를 사용하거나 고용량으로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여러 제약 기업이 원형 mRNA를 개발해 백신에 사용하려는 연구를 하고 있으나 아직 단백질 합성 과정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KAIST 연구진은 원형 mRNA에서 단백질이 만들어지는 새로운 방식의 번역 과정을 찾아 백신으로의 개발 가능성을 열었다. 세포 안에서 자연적으로 만들어지는 원형 mRNA는 ‘엑손 접합 복합체(EJC)’를 갖고 있는데, 이 부위가 단백질 번역 주요 인자인 ‘elF3g’ 단백질과 결합하고 리보솜을 끌어와 단백질을 합성하는 과정을 찾은 것이다. 리보솜은 세포에서 단백질을 만드는 역할을 하는 세포소기관이다.

연구진은 다양한 형태의 mRNA를 만들어 엑손 접합 복합체가 단백질 생산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엑손 접합 복합체가 없는 mRNA에 인위적으로 주요 인자를 결합한 결과 단백질 생산량이 늘어나는 반면 엑손 접합 복합체가 있더라도 주요 인자의 발현을 억제했을 때는 단백질 생산 효율이 떨어졌다. 원형 mRNA의 한계로 꼽히던 낮은 단백질 생산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새로운 방식의 mRNA 백신 개발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원형 mRNA 백신은 높은 효능은 물론 부작용의 우려도 낮은 만큼 차세대 백신 기반기술(플랫폼)로 주목 받고 있다.

김 교수는 “안정성이 높은 원형 RNA에서 일어나는 합성 과정을 규명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연구”라며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높은 안정성과 고효율 단백질 합성이 가능한 mRNA 백신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핵산 연구’에 이달 9일 소개됐다.

참고자료

Nucleic Acid Research, DOI: https://doi.org/10.1093/nar/gkad7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