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뇌종양 중 가장 흔한 교모세포종의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교모세포종은 현재 치료법으로는 생존 기간이 15개월 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난치성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연구를 통해 교모세포종 환자의 치료법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흥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16일 포도당 음료를 섭취하면 장내 미생물의 조성이 변하고 뇌종양의 성장이 억제되는 현상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인간의 장에 살고 있는 장내 미생물은 영양소의 소화를 돕고 병원균의 침입을 막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면역 시스템을 활성화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하며 최근에는 종양의 성장을 막는 기능도 있다는 연구 결과도 연이어 발표되고 있다. 그러나 장내 미생물과 연관성이 밝혀진 종양 대부분은 면역 반응이 활성화된 흑생종과 같은 암종에 머무르고 있다.
KAIST 연구진은 뇌종양의 성장에 장내 미생물이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뇌종양을 이식한 생쥐에게 20% 농도의 포도당 음료를 2주 동안 공급해 장내 미생물의 변화를 확인했다. 장내 미생물은 섭취하는 음식의 종류에 따라 그 조성이 변한다.
포도당 음료를 마신 쥐의 장내 미생물에서는 디설포비브리오균(Desulfovibrio)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아졌다. 디설포비브리오균은 생쥐의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미쳐 뇌종양의 성장을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디설포비브리오균의 비율이 높아지면 유전자의 발현 패턴이 변하면서 종양을 공격하는 면역세포인 T세포의 기능이 강화된 덕이다.
연구진은 T세포의 종양 제거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면역관문억제제인 ‘항 PD-1 항체’를 생쥐에게 함께 처방했다. 그 결과, 암세포 인근에서 기능이 떨어진 T세포가 재활성화되며 항암면역 효과가 더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기존 면역관문억제제로 치료가 어려웠던 교모세포종에서 새로운 방식의 치료법을 도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면역관문억제제와 함께 장내 미생물이나 미생물이 만든 물질을 함께 처리하면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면역관문 치료제에 의한 뇌종양 치료 임상 시험 실패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장내 미생물을 이용한 항암 치료제 개발의 실마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ˮ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셀 리포트’에 이달 6일 소개됐다.
참고자료
Cell Reports, DOI: https://doi.org/10.1016/j.celrep.2023.113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