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정 삼성바이오로직스 수석연구원이 6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3 한국생물공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발표하고 있다./송복규 기자

바이오의약품과 식품, 화장품을 생산하는 국내 기업들이 대사공학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대사공학은 유용한 물질을 대량 생산하기 위해 세포의 대사과정을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신기술이다. 의약품 공정 개발을 위해 사용되는 세포주를 생산하거나 미생물을 이용한 식품과 화장품 성분을 개발하며 새로운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달 6일 오후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3 한국생물공학회 추계학술대회’ 생명공학기업 특별 세션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삼양사(145990), 대상(001680)이 참여해 대사공학을 활용한 사업 현황과 계획을 소개했다. 이소정 삼성바이오로직스 수석연구원과 박진환 삼양사 바이오융합R&D센터장, 강두진 대상 책임연구원이 발표자로 나섰다.

발표에 나선 연구자들은 대사공학이 자신들의 기업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 설명했다. 대사공학은 생명체의 대사 물질이 분해되고 합성되는 과정을 밝히고, 유전자 조작을 이용해 대사 물질 생산을 최적화하는 기술이다. 효모와 PBS(광합성 미생물) 같은 미생물을 이용해 바이오 화학물질을 생산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2018년부터 신약 생산 공정을 개발하는 CDO(위탁개발) 사업에 진출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자체 세포주 플랫폼 ‘에스초이스(S-CHOice)’를 만드는 데 대사공학을 활용했다. 세포주는 생체 밖에서 계속 배양이 가능한 세포 집합을 의미한다. 주로 신약을 개발할 때 생화학적 세포 변화를 분석하기 위해 널리 사용된다. 이 세포주는 번식 속도를 높이고 오래 생존하는데 세포 생존율이 높을수록 대량 생산에 투입될 세포주를 잘 선별할 수 있게 되고 의약품 생산성도 높아진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체 세포주를 개발한 이유는 신속 정확한 공정 개발을 요구하는 고객사의 요구 때문이다. 이소정 수석연구원은 “특정 병증에 대한 신약을 개발하더라도 세 번째 주자로 시장에 진입하면 시장 점유율이 대폭 줄어든다”며 “신약 개발 시작부터 상용화까지 최소 10년의 세월과 2조원의 비용이 들기 때문에 빠르고 정확한 공정 개발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수석연구원은 “세포주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세포의 유전자를 개량해 생산성을 높이는 대사공학 기술을 적용해 일정한 품질과 생산성을 유지해야 한다”며 “특히 의뢰받는 신약 물질의 특성을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세포주의 품질을 일정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직원이 연구하고 있는 모습./삼성바이오로직스

박진환 센터장은 식품과 화장품 생산, 신사업 창출에 대사공학을 적용한다고 강조했다. 미생물 효소의 특성을 개량해 포도당이나 과당과 결합한 알룰로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박 센터장은 시스템 대사공학의 세계적 권위자인 이상엽 KAIST 특훈교수의 제자이기도 하다.

삼양사는 바이오융합R&D센터를 바이오테크놀로지팀과 대사공동설계팀 두 개로 나눠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박 센터장은 “바이오테크놀로지팀은 알룰로스나 난소화성 말토덱스트린, 프럭토올리고당 등 식품이나 화장품 소재를 개발하고 있다”며 “특히 대사공동설계팀은 시스템 대사공학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새로운 식품 성분과 생물 약제를 도출해 신사업을 발굴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조미료 미원으로 유명한 대상(001680)도 전분을 원료로 하는 감미료 ‘전분당’과 바이오 두 분야에 균주를 발효하고 정제하는 대사공학 공정을 적용했다. 새로운 성분을 개발하기 위해 대사공학을 이용한 바이오 파운드리 구축과 오믹스(OMICS) 분석, AI 기반 유전자 분석, 소재 물성 제어라는 목표도 세웠다.

강두진 책임연구원은 “시스템 대사공학의 기술적인 난도가 상당히 높은데, 개발된 균주에 대한 알맞은 환경이나 영양성분을 공급해 새로운 생산물을 얹는다”며 “균주를 배양하는 과정에서 공정에 발생하는 오염균을 감시하기 위해 AI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