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연구개발(R&D) 예산을 대폭 삭감한 것과 관련해 학생 연구자와 신진연구자들의 반발이 계속되자 정부가 학생인건비 지출 비율을 올리겠다는 카드를 꺼냈다. 정부 R&D 전반의 비효율 문제 개선이라는 방향성은 유지하면서도 젊은층인 학생과 신진연구자의 피해를 줄이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과학계에 따르면, 과기정통부는 기초연구사업에 대한 학생인건비 지출 비율을 높이도록 권고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현재 평균적으로 기초연구사업에서 학생인건비에 지출되는 비율이 16% 정도인데 이 비율을 22%까지 높이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초연구사업은 대표적인 국가 R&D 지원 사업이다. 생애첫연구, 기본연구, 신진연구 등의 개인연구 사업과 기초연구실, 선도연구센터 같은 집단연구 사업으로 나뉜다. 개인과 집단연구 사업을 모두 합하면 과기정통부 소관 예산이 2조원 정도다. 내년도 R&D 예산이 10% 넘게 삭감되는 와중에도 기초연구사업은 예산이 올해 수준을 유지했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기초연구사업에 들어가는 2조원의 국가 R&D 예산 중 학생인건비로 지출되는 비율은 16% 정도다. 대략 3200억원 정도가 학생인건비로 쓰이고 있는 셈이다. 과기정통부는 이 비율을 22%까지 끌어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내년도 기초연구사업 예산이 올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는 만큼 학생인건비로 들어가는 예산은 1200억원 정도가 늘어나는 셈이다.
현재는 기초연구사업에서 학생인건비로 쓰는 비율을 대학 등 기관의 자율에 맡기고 있는데, 이를 정부 차원에서 22%를 유지하도록 권고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학생연구자와 신진연구자들에게 예산 배분 조정의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는 게 정부의 방침”이라며 “내년도 사업의 시행계획에 이런 내용을 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생인건비 통합관리제인 풀링제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풀링제는 대학의 연구책임자가 수행하는 국가 R&D 사업의 외부인건비를 기관이 통합 관리하는 제도다. 연구비 유용을 막고 학생연구원에게 안정적으로 인건비가 지급되도록 하는 제도다.
전날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과 주요 대학 총장들이 만난 자리에서 풀링제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대학 관계자는 “풀링제를 박사후연구원까지 확대할 수 있게 해달라는 건의가 있었고 과기정통부도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말했다. 다만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현재 박사후연구원의 인건비는 간접비에서 나가는데 풀링제에 박사후연구원을 포함시키면 학생인건비로 박사후연구원까지 지원해야 된다”며 “이해당사자가 많은 문제이기 때문에 의견 수렴을 거쳐서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