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NA(리보핵산) 기반의 약들은 앞으로 계속 개발될 거고, 전 세계 신약 시장에서 큰 부분을 차지할 겁니다. 다만 국내에선 지금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연구성과와 상관없이 연구개발(R&D)과 감염병 예산이 모두 줄다 보니 새로운 연구로 확장하기 어렵습니다.”
김빛내리 서울대 생명과학부 석좌교수는 6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3 한국생물공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렇게 말했다. 김 교수는 RNA 치료제 분야의 세계적인 연구자로, RNA의 ‘혼합 꼬리(Mixed Tails)’와 마이크로 리보핵산(miRNA) ‘드로셔’·'다이서’의 생성과 작동 과정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김 교수는 RNA 기반 백신과 치료제에 대한 전망을 설명하면서 한국에서 연구가 녹록지 않은 상황을 강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으로 주목받은 메신저 리보핵산(mRNA) 기술은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거머쥐었고, RNA치료제도 다양한 바이러스와 유전 난치병 치료에 촉망받아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RNA는 항체치료제에 쓰이는 단백질보다 합성과 조작이 간단하고, 유전자를 조절하기 때문에 차세대 의약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김 교수는 “RNA 기반의 약들은 앞으로 어떤 팬데믹이 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신종 감염병에 대응할 수 있는 최선의 플랫폼”이라며 “질환과 나이, 성별, 유전정보에 따라 개발해야 할 RNA 약이 다른 만큼 ‘선택과 집중’이 아닌 여러 종류의 기술을 동시에 경쟁적으로 연구해야 하는 상황”라고 말했다.
RNA 관련 연구가 쉽지 않은 점으로는 예산 삭감이 언급됐다. 김 교수는 기초과학연구원(IBS) RNA 연구단을 이끌고 있는데, 내년 일반 연구비가 20% 삭감됐다는 소식을 지난달 전달받았다고 한다. 올해 연구성과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연구비가 줄어 새로운 연구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 교수는 “RNA 약은 앞으로 다양한 백신과 치료제가 만들어져 신약 시장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데, 중요한 시기에 예산이 줄어 안타깝다”며 “연구의 효율성이나 성과 측면과는 무관하게 예산이 삭감돼 새로운 연구로 확장은 힘든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아무리 집안이 어려워도 학비는 내는 것처럼 결국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봐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정부의 과학 정책을 비판하거나 연구하기 어려워졌다는 말을 좀처럼 하지 않는 연구자 중 한 명이다. 정치적 성향도 아예 드러내지 않는 과학자다. 풍부한 예산을 받아온 연구자라서 그렇다는 평가도 하지만 세계적인 연구로 인정을 받기까지 그 역시 연구비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은 마찬가지다. 언론의 조명도, 큰 자리도 마다하고 묵묵히 연구만 하던 그가 입을 연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만큼 이번 연구 예산 삭감이 주는 여파가 정치인들과 일부 정책가들의 생각보다 만만치 않게 크다는 점을 알리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RNA 관련 기술은 여전히 미지의 세계가 많은 영역이다.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거머쥔 mRNA 기술은 전달하는 유전정보에 따라 세포의 면역반응이 일어나기도 전에 mRNA가 면역세포에 의해 분해돼 안정성과 성능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다. RNA치료제에 사용되는 마이크로RNA(miRNA)도 여전히 상당수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작동하는지 밝혀지지 않았다.
이날 인터뷰에 앞서 학술대회 기조 강연자로 나선 김 교수는 RNA의 분해를 막는 RNA ‘혼합 꼬리(Mixed Tails)’와 RNA의 안정성과 성능을 높이는 ‘K5′ 염기서열에 대해 발표했다. K5는 바이러스를 이용해 개발된 유전물질 운반체인 바이러스 벡터에도 주입할 수 있어 임상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인체에 mRNA를 주입하면 선천적 면역반응으로 잘 작동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다”며 “RNA 분야에 외국은 엄청난 액수를 투자하고 있고, 많은 기업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 개척하는 분야기 때문에 빨리 열심히 연구를 해야 RNA 신약 시장에서 차지할 부분이 많아진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