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이미지./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 화학상 수상자가 공식 발표 4시간 전에 유출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노벨상이 처음 시상을 시작한 1901년 이후 123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스웨덴 매체 다겐스 뉘헤테르는 4일 노벨위원회의 이메일을 인용하며 “스웨덴 왕립과학원의 실수로 4시간 이상 일찍 올해 노벨 화학상 수상자 명단이 발송됐다”고 보도했다. 노벨 화학상은 한국시각으로 이날 오후 6시 45분에 발표될 예정이었지만, 해당 이메일은 한국 시각으로 이날 오후 2시 31분쯤 배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명단에는 모운지 바웬디(Moungi Bawendi·62)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 루이스 브루스(Louis E. Brus·80) 미국 컬럼비아대 명예교수, 알렉세이 에키모프(Alexey Ekimov·78) 전 나노크리스탈 테크놀로지 연구원이 명시됐다. 이들은 디스플레이와 첨단 바이오 이미징에 사용되는 양자점(量子點.quantum dots)을 발견하고 개발한 연구자들이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측은 보도가 나오자 수상자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며 명단 유출을 부정했다. 왕립과학원 노벨 화학위원회 의장인 요한 외크비스트(Johan Aqvist)는 로이터에 “이는 왕립과학원의 실수다. (수상자 최종 결정) 회의는 오전 9시 30분(한국시각 오후 4시 30분)에 시작하기 때문에 아직 아무 결정도 내려지지 않았다”며 “수상자는 선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왕립과학원의 에바 네벨리우스 대변인도 AFP에 “어떤 자료가 나갔는지 코멘트할 수가 없다”며 “알아야 할 중요한 것은 왕립과학원은 아직 회의를 열지 않았고 올해 수상자가 누가 될지 결정된 것이 없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유출된 명단에 있는 과학자들이 실제 수상자로 선정되면서 명단 유출이 맞았던 것으로 결론이 났다. 노벨상 수상자 명단이 사전 유출된다는 의혹은 줄곧 제기됐지만, 주최 측인 노벨위원회에서 실수한 것은 123년 만에 처음이다.

한스 엘레그렌 스웨덴 왕립과학원 사무총장은 이날 화학상 수상자 발표 직후 이어진 언론 브리핑에서 “이번 사태가 어떻게 발생했는지 알아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노벨상 수상자 선정은 매우 긴 과정을 거치고 있으며 이번 사태가 수상자들의 수상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왕립과학원의 미팅이 열리기 전에 명단이 유출된 것을 놓고 수상자가 사전에 결정된 것 아니냐는 질문도 나왔다. 한스 엘레그렌 사무총장은 “왕립과학원의 미팅이 열리기 전까지 결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며 “오늘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은 유감이다”라고 덧붙였다.

스웨덴한림원의 종신 위원이자 문화계 거물인 카타리나 프로스텐손(Katarina Frostenson)이 2018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 명단을 유출했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2010년에는 한 스웨덴 매체가 영국 생리학자 로버트 에드워즈(Robert Edwards) 영국 케임브리지대 명예교수가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다고 발표보다 수 시간에 앞서 단정적으로 보도해 논란이 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