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꾼개미들이 나뭇잎을 잘라 집으로 옮기고 있다. 개미들은 나뭇잎으로 균류를 키워 먹이로 먹는다. 농사를 짓는 셈이다./ Tim Flach/Stone via Getty Images

영국 과학자들이 옥수수밭처럼 비슷한 식물이 가득한 환경에서도 개미가 길을 잃지 않는 것처럼 복잡한 환경에서도 경로를 찾아가는 로봇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바버라 웹 영국 에든버러대 교수 연구진은 지난 27일(현지 시각) 개미 뇌에서 영감을 받은 신경망을 개발했다고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에 공개했다.

개미 두뇌에는 버섯 모양의 뉴런 구조인 ‘버섯체’가 있다. 이 부위는 개미가 풍경을 인식해 기억하고 탐색하는 데 도움을 준다. 사람이 보기엔 시각적으로 반복되는 환경이지만, 경로를 기억하는 패턴이나 단서를 기억해 두는 방식이다. 연구진은 이 버섯체를 참고해 인공 신경망을 설계했다.

개미의 두뇌를 닮은 신경망을 장착한 로봇은 주변 환경을 쉽게 인식했다. 성인의 눈높이에서 식물의 높이를 구별해서 기억하는 것이 아닌, 개미처럼 식물의 배치와 밀도를 기억했다. 마이클 밀퍼드 호주 퀸즐랜드공과대 로보틱스센터 소장 연구진이 개발한 시각적 경로 기반 탐색 알고리즘인 ‘SeqSLAM’와 비교하면 짧은 경로를 더 빨리 찾았다.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한 신경망을 농업 로봇에 장착하면 식물이 가득한 농경지를 돌아다니는 경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설명했다.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과대(ETH Zurich) 연구진은 9월 27일 사이언스 중개의학 학술지에 문어의 빨판을 닮은 약물 패치를 개발했다고 밝혔다./스위스 취리히 연방공과대(ETH Zurich)

개미의 뇌를 따라한 농업 로봇이 있다면, 문어의 빨판을 따라한 약물 패치도 나왔다. 장 크리스토프 르루 스위스 취리히연방공과대(ETH Zurich) 교수 연구진은 지난 9월 27일 ‘사이언스 중개의학’ 학술지에 문어의 빨판을 닮은 약물 패치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문어의 빨판은 내부에 약한 진공을 만들어 흡착력을 높일 수 있는 컵 모양의 구조가 있다. 이를 닮은 패치를 만들어 뺨의 안쪽 점막에 붙여 약물을 전달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약물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단백질이나 일종의 짧은 단백질인 ‘펩타이드’는 분자량이 높고 고온에서는 불안정해 입을 통한 투여가 어려웠다. 때문에 약물 개발 시도에도 생체 내 표적까지 약물 침투가 쉽지 않아 소수만이 임상 시험에 들어갔을 정도다.

연구진은 인간 생체 내 점막에도 잘 달라붙고, 변형이 쉬운 빨판과 같은 패치를 사용하면 단백질이나 펩타이드 약물을 투여할 수 있을 것이라 봤다. 먼저 개를 대상으로 야뇨증 치료제로 쓰이는 펩타이드 ‘데스모프레신’을 패치로 투여했다. 그 결과, 시중에서 판매되는 데스모프레신 약들과 생체 이용률이 비슷하게 나타나고 자극을 유발하지 않았다. 개의 구강 점막에 3시간 동안 부착되어 있어 약물 전달 장치로서의 가능성도 확인했다.

이후 40명의 지원자에게 패치를 입 속에 붙인 뒤 30분 동안 말하고 걷거나, 입을 헹구는 등의 일반적인 생활을 하도록 했다. 이 기간에 패치 대부분이 잘 붙어있었다. 연구진은 “패치를 붙이는 것만으로도 약물 전달이 가능하다”면서도 “반복 치료의 안전성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추가 실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생체모방기술은 다양한 분야에서 속속 등장하고 있다. 사람도 모방 대상이 된다. 최근 국내 반도체 회사 ’이미지스’는 휴머노이드 로봇에 적용할 수 있는 촉각 기술을 개발하기도 했다. 이 기술은 인간이 피부를 통해 촉각을 인식하는 과정을 모방해 로봇에게 인공 감각을 구현할 수 있다.

참고 자료

Science Robotics(2023), DOI: 10.1126/scirobotics.adg3679

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2023), DOI: 10.1126/scitranslmed.abq18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