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왕립과학아카데미 노벨 위원회는 3일(현지 시각)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피에르 아고스티니(Pierre Agostini) 미국 오하이오대 교수, 페렌츠 크라우스(Ferenc Krausz) 독일 루트비히 막시밀리안대 교수, 안느 륄리에(Anne L’Huillier) 스웨덴 룬드대 교수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각 대학

올해 노벨 물리학상은 찰나의 전자 움직임을 포착하는 아토초 과학의 시대를 연 세 명의 실험 물리학자들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 위원회는 3일(현지 시각)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피에르 아고스티니(Pierre Agostini·70) 미국 오하이오대 교수, 페렌츠 크라우스(Ferenc Krausz·61) 독일 루트비히 막시밀리안대 교수, 안느 륄리에(Anne L’Huillier·65) 스웨덴 룬드대 교수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노벨위원회는 “아토초는 아주 작은 스케일의 물리학을 가능하게 했다”며 “시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새로운 세상을 연 과학자들”이라고 평가했다. 에바 올슨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아토초 과학을 통해 광전 효과의 시간 척도, 빛이 빛날 때 물질에서 전자가 방출되는 현상과 같은 근본적인 질문을 해결할 수 있게 해준다”고 말했다. 앞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이 효과를 발견한 공로로 1921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아주 작은 단위를 이야기할 때 주로 쓰는 게 나노(Nano)다. 나노는 10억분의 1을 뜻한다. 그런데 이 나노를 다시 10억분의 1로 쪼갠 것이 아토다. 1조분의 1을 뜻하는 피코나 1000조분의 1을 뜻하는 펨토보다도 작은 단위다. 100경분의 1초를 뜻하는 아토초의 세계에서는 원자 내에서 전자가 운동하는 것까지 볼 수 있다.

김동언 포스텍 아토초과학연구센터장은 “아토초 펄스를 통하면 원자 내 전자의 동역학을 추적할 수 있다”며 “자연 현상의 대부분이 전자에서 시작되는데 아토초를 추적할 수 있게 됐다는 건 삼라만상의 시작을 인류가 볼 수 있게 됐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들은 아토초 연구의 선구자로 꼽힌다. 륄리에 교수는 1987년에 적외선 레이저광에서 다양한 파장과 주파수의 빛이 발생하는 걸 발견했다. 레이저광과 가스 내 원자간의 상호작용에서 에너지를 흡수한 전자가 빛을 방출하면서 생겨나는 현상을 찾은 것이다. 륄리에 교수의 연구는 펨토초와 아토초 연구의 발판이 됐다.

아고스티니 교수는 아토초 펄스의 시간폭을 측정하는 원리를 최초로 고안했다. 2001년 실험에서 250아토초의 파장을 지닌 펄스광을 만들어냈다. 크라우스 교수는 아고스티니 교수의 연구 성과를 더 확장하는데 성공했다.

김형택 광주과학기술원(GIST) 고등광기술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아토초 펄스 덕분에 전자의 움직임을 명확하게 규명할 수 있게 됐다”며 “물질의 상태를 정확하게 알면 이런 것들을 개선할 수 있는 단초도 발견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초고속 전자 운동의 세계에 접근하면 전자 회로, 약물 설계와 배터리에 사용되는 재료 개발에서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아토초 펄스를 이용하면 방사선으로 인해 DNA가 손상되는 순간을 정확하게 보거나 반도체에서 반응이 일어나는 순간을 관찰해 더 빠르고 정확하게 효과를 확인할 수도 있다. 조동현 고려대 물리학과 교수는 “초고성능 현미경이 개발되면서 인류는 아주 작은 물체를 볼 수 있게 된 공간분해능을 얻게 됐다면, 아토초 빛의 파동은 아주 짧은 시간을 포착할 수 있게 된 ‘시간분해능’을 얻은 것으로 빗댈 수 있다”고 말했다.

남창희 기초과학연구원(IBS) 초강력 레이저과학연구단장은 “아직 아토초 펄스를 실용적으로 쓰기까지는 남은 과제들이 있지만 연구가 지속된다면 인류의 실생활에 굉장히 많은 기여를 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덧붙였다.

2013년 막스플랑크 한국·포스텍 연구소(MPK)를 방문한 페렌츠 크라우스 교수가 연구소 직원들과 함께 경주 토함산을 방문한 사진./김동언 포스텍 교수

아고스티니 교수는 1968년 프랑스 엑스마르세이유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미국 콜럼버스 오하이오주립대에서 교수로 일하고 있다.

크라우스 교수는 1962년 헝가리 모르에서 태어나 1991년 오스트리아 빈 공대에서 박사를 받았다. 이후 독일 막스 플랑크양자광학연구소장과 루드비히막시밀리언대 교수로 일하고 있다. 크라우스 교수는 한국과의 인연도 있다. 독일의 막스플랑크연구소가 포스텍과 함께 세운 막스플랑크 한국·포스텍 연구소(MPK)에서 아토초 펄스를 연구하기도 했다. 2013년과 2014년에는 직접 포스텍을 찾아 학생들을 만나고 한국을 여행했다.

륄리에 교수는 1958년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나 1986년 프랑스 파리 피에르 퀴리 앤드 마리 퀴리대에서 박사를 받고 스웨덴 룬드대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여성으로는 역대 다섯 번째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가 됐다.

올해 수상자에게는 상금 1100만 크로나(약 13억 6400만원)가 지급된다. 작년 상금은 작년 1000만 크로나였다.

노벨위원회는 전날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이날 물리학상, 4일 화학상, 5일 문학상, 6일 평화상, 9일 경제학상 수상자를 차례로 발표한다. 노벨상 시상식은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이 낀 ‘노벨 주간’에 스웨덴 스톡홀름(생리의학·물리·화학·문학·경제상)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