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 물리학상은 ‘100경분의 1초’ 간격으로 짧게 빛이 지속되는 펄스를 구현한 과학자들에게 돌아갔다. 피에르 아고스티니(Pierre Agostini·70) 미국 오하이오대 교수, 페렌츠 크라우스(Ferenc Krausz·61) 독일 루트비히 막시밀리안대 교수, 안느 륄리에(Anne L’Huillier·65) 스웨덴 룬드대 교수가 구현한 아토초(attosecond) 펄스 덕분에 과학자들은 전자의 움직임을 추적할 수 있는 도구를 손에 쥘 수 있게 됐다.
아토초는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단위지만, 과학자들에게는 이미 익숙한 단위다. 미 에너지부가 2007년에 21세기를 주도할 다섯 가지 거대한 도전과제를 선정했는데, 아토초 과학은 다섯 가지 도전과제 달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공통 핵심 기술로 꼽혔다.
아토초 과학은 미국과 독일이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도 아토초 과학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있다. 남창희 광주과학기술원(GIST) 물리·광과학과 교수와 김형택 GIST 고등광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 김동언 포스텍 아토초과학연구센터장이 그 주인공이다. 조선비즈는 한국의 아토초 연구를 이끌고 있는 3명의 연구자들에게 이번 노벨 물리학상 결과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물었다.
김동언 센터장은 크라우스 교수와 함께 아토초 연구를 한 경험이 있다. 크라우스 교수는 독일의 막스플랑크연구소 양자광학연구소에서 다양한 연구 그룹을 이끌고 있다. 포스텍이 막스플랑크연구소와 함께 막스플랑크 한국·포스텍 연구소(MPK)를 세우면서 크라우스 교수도 여러 차례 한국을 방문했다.
김 센터장은 “크라우스 교수는 아토초 펄스를 만들어내는데 핵심적인 기여를 한 연구자”라며 “전자의 운동에서 화학반응이 일어나게 되는데 전자의 움직임을 관측할 수 있게 됐다는 건 삼라만상의 시작을 볼 수 있게 됐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20세기 물리학이 양자역학의 시대였다면 21세기 물리학은 동역학(dynamics) 연구가 중요해지고 있다고 짚었다. 김 센터장은 “20세기에는 평형상태에서 물성을 연구했다면 21세기에는 하나의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옮겨갈 때 전자의 레벨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가 중요해졌다”며 “아토초 과학이 이런 동역학 연구의 핵심에 있기 때문에 갈수록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택 수석연구원은 아토초 과학은 양자 기술의 최첨단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토초 펄스를 이용하면 양자 상태를 초고속·초정밀로 측정할 수 있다”며 “전자의 상태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는 건 양자 상태를 정확히 알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아토초 과학이 실제 응용할 수 있는 수준까지 가려면 아직 연구가 더 필요하지만, 결국에는 양자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는 새로운 도구라는 게 김 수석연구원의 이야기다.
남창희 교수도 아토초 과학이 실제 활용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아토초 과학이 우리의 실생활에 굉장히 유용한 기술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 교수는 “아토초는 100경분의 1초로 순간포착을 한다는 의미”라며 “원자에서 일어나는 전자의 운동을 추적할 수 있게 되면서 핵의 운동까지 들여다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작년에 울프상을 아토초 과학이 받았고 노벨상도 받을 때가 충분히 됐다고 생각했다”며 “아토초 과학은 대표적인 기초과학인데 우리가 기초과학 분야를 육성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