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 세계를 강타한 넷플릭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주인공은 자폐증 환자다. 자폐증 환자는 특정 분야에 뛰어난 재능을 보이기도 하지만 사회성이 크게 떨어져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다. 우영우처럼 주변의 도움으로 사회생활을 해나가는 경우는 많지 않다. 원인도 아직 밝혀지지 않아 치료제 개발도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자폐증으로 인한 사회성 저하의 원인을 밝혀낸 연구 결과가 나왔다. 김은준 기초과학연구원(IBS) 시냅스 뇌질환 연구단장이 이끄는 연구진은 26일 자폐증으로 인해 떨어지는 사회성 저하의 원인이 ‘뇌 신경회로’ 때문이라고 밝혔다.
흔히 자폐증으로 불리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는 전 세계 인구의 약 2.8%가 겪는 대표적인 뇌발달 장애다. 자폐증에 걸리면 사회성이 떨어지고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모습을 보인다.
연구진은 생쥐의 대뇌 전전두엽에서 시냅스 단백질을 없애 자폐증을 앓게 하고 발병 원인을 분석했다. 그 결과 자폐증에 걸렸을 때 활성화된 대뇌 전전두엽 신경세포가 시상하부와 중뇌의 보상회로를 손상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앞서 자폐증에 걸린 생쥐는 대뇌 전전두엽의 신경세포가 과도하게 활성화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보상회로는 뇌 신경회로 중 하나로 생존에 필요한 행동을 반복하게 만든다. 특히 생쥐와 인간처럼 사회활동을 하는 동물에게 정서적 교감은 생존에 필수 요소로 꼽힌다. 보상회로는 정서적 교감을 나눌 때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분비해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게 하고 사회성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자폐증에 걸린 생쥐는 사회성을 강화하는 역할을 하는 보상회로가 억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뇌 복측 피개영역(VTA) 도파민을 분비하는 신경세포가 정상 생쥐보다 과도하게 억제되면서 사회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번에 찾은 자폐증의 원인을 바탕으로 한 치료법도 찾았다. 시상하부에 있는 신경세포에 빛으로 자극해 신경세포를 활성화하는 방식이다.
김 단장은 “자폐증에 걸린 생쥐를 연구해 자폐 관련 사회성 조절 신경회로를 밝힐 수 있었다”며 “자폐 스펙트럼 장애와 연관 가능성이 있는 뇌의 영역 및 신경회로를 추가적으로 밝혀내 자폐증 발병 원인의 이해와 치료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분자 정신의학’에 이달 20일 소개됐다.
참고자료
Molecular Psychiatry, DOI: https://doi.org/10.1038/s41380-023-02257-y